‘엄마 나 폰을 떨어트려서 고장났어요’로 시작되는 ‘메신저 피싱’(문자 금융사기)을 저지른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고령층에게 자식을 사칭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스마트폰을 해킹하는 프로그램을 깔도록 유도해 60억 원 이상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범죄로 획득한 수익은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통해 세탁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특별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국내 총책 A 씨 등 5명을 구속하고 공범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A 씨 등에게 대포 통장과 유심칩을 제공한 21명을 입건하고 해외로 달아난 해외 총책 B 씨 등 4명을 인터폴을 통해 지명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지난 6월까지 문자 금융사기 수법으로 155명에게 63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 씨 일당은 우리나라와 베트남에 각각 사무실을 뒀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포유심과 계좌를 모집하고 베트남에서는 메신저 피싱을 실행했다.
이들은 60대 이상 고령층에게 자녀를 사칭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지난 3월 한 피해자의 자녀를 사칭해 ‘엄마, 휴대전화를 떨어트렸더니 터치가 안돼 수리를 맡기고 파손보험 신청해야 되는데 도와줄 수 있어?’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어 피해자에게 원격 접속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한 뒤 은행 대출과 보험 해지 등으로 3억900만 원을 가로챘다. 지난 6월에는 ‘엄마, (휴대전화) 액정이 깨졌는데, 엄마폰으로 인증 받아서 보험처리 할게’라는 문자를 보낸 뒤 피해자의 주민등록증과 통장 체크카드 사본까지 받은 뒤 1억900만 원의 예금을 가로챘다.
A 씨 일당은 피해금을 피해자 계좌에서 도박사이트 입금계좌로 곧바로 이체한 뒤, 다시 제3자 명의의 계좌로 환급받는 방식을 활용했다. 최종적으로 피해금을 인출한 곳은 베트남이었다. 이들은 이러한 ‘피해금 세탁’을 위해 도박업자를 상대로 회원을 모집하는 도박 총판 직책에도 가입해 활동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도박업자들이 자금 세탁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도박 자체가 불법이라서 신고하지 못하는 점을 노렸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들이 뒤늦게 신고해도 금융기관이 불법 도박사이트 입금 계좌만 지급정지 시킬 뿐, 피해자 돈은 이미 A 씨 일당의 수중으로 들어간 뒤였다. A 씨 일당은 피해금이 이체된 도박계좌가 지급정지되면, 마치 자신들이 신고한 것처럼 도박업체 운영자들에게 연락해 신고 취소를 조건으로 금전을 갈취한 정황도 포착됐다.
경찰 관계자는 “자녀에게서 금전 요구나 휴대전화 보험 등의 문자·SNS 메시지를 받으면 반드시 직접 통화해서 물어봐야 한다”며 “스마트폰에 신분증, 계좌·신용카드 정보를 절대 저장하지 말고 문자메시지에 연결된 링크를 클릭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