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전국 국립대 38곳의 총장 직선제 투표에서 학생들의 투표 반영 비율이 평균 1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총장을 학내 구성원이 직접 뽑는 총장 직선제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이 교직원보다 낮아 학생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국립대 38곳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2019∼2023년) 국립대 총장 직선제 학내 구성원 투표 비율’에 따르면 학생들의 투표가 반영되는 비율은 5년 평균 10%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교원 투표 반영 비율은 72.55%에 달해 교원들의 투표 결과가 총장 선거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교를 포함한 직원 투표 반영 비율 역시 17.52%로 학생 투표 반영 비율보다 높았다.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은 학교마다 편차가 컸다. 가장 높은 대전 소재 A 대학의 경우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은 25.8%에 달했다. 하지만 국립대 33곳의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은 10% 이하 수준에 머물렀다. 가장 낮은 대학은 부산 소재 B 대학으로,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이 1.6%에 그쳤다. 각 국립대는 2017년 교육부가 총장 간선제를 채택하도록 유도했던 정책을 폐기한 이후 직선제로 총장을 뽑고 있다. 각 대학은 2021년 12월부터 시행된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학내 구성원 합의를 바탕으로 총장 투표 반영 비율을 정한다.

김 의원은 2015년 8월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학교 본관에서 투신한 부산대 고현철 교수의 유지를 언급하며 직선제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각 대학의 총장선거에서 학생들의 투표 권한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부산대 교수회는 내년 2월 부산대 총장 선거를 앞두고 ‘부산대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규정’ 개정을 위한 구성원(교원·직원·조교·학생) 합의를 끌어냈다. 총장추천위원회 구성 시 비교원(직원·조교·학생) 위원을 4명(직원1, 조교1, 학생2)에서 8명(직원 4, 조교 1, 학생 3)으로 늘려 총위원 수가 26명에서 30명으로 증가했다. 비교원들의 투표 반영률도 높였다. 직원·조교는 교원선거인 수의 100분의 20을, 학생은 100분의 10의 비율로 반영키로 했다. 이 합의안은 오는 11월 개최 예정인 부산대 전체 교수회 임시총회 또는 온라인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차정인 총장 임기는 내년 5월 11일까지다.

부산대 김정구 교수회장은 “이 합의안이 교수회 투표에서 부결되면 내년 총장선거가 예정대로 치러질 수 없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에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무난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최종 합의가 통과되면 전국의 모든 국립대가 투표 반영 비율을 앞두고 총장선거철마다 겪고 있는 대학 구성원들 간의 갈등과 내홍을 해결할 수 있는 지표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6일 부산대 교수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합의문 서명식의 모습. 사진 왼쪽부터 송영호 직원협의회장, 김정구 교수회장, 이유미 조교협의회장 직무대리, 김요섭 총학생회장. 부산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