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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도 의사도 서울로…지역 거점병원마저 무너진다

지역대학병원 현황 국감 이슈

  •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  |   입력 : 2023-10-18 19:29:40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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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병원 장비 42% 노후화
- 의사 없어 장비 썩히는 병원도

- 5대 병원 입원환자 36% 지방민
- 원정치료하는 환자 고통도 극심
- 수억 연봉에도 지역의사 구인난

수도권과 지역의 의사 수 불균형과 그에 따른 지역의료 인프라 붕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그 속도가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전국의 환자는 의료 시스템이 좋은 수도권으로 몰리고, 의사들도 환자가 없는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는 악순환 속에서 지역 의료는 말 그대로 고사 위기다. 지역거점 국립대병원마저 의사가 부족해 환자를 전원까지 할 만큼 이번 의대 증원 논의에서는 무너지는 지역의료와 공공의료에 대한 적극적 대책이 꼭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서울 시내 대형 종합병원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와 이용객들이 병원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소재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40%는 지역 환자다. 연합뉴스
■장비 노후화· 의사 부족 심각

18일 부산시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은 정성운 부산대병원장을 향한 질의에서 “최근 지인이 뇌경색 증상이 있어 부산대병원으로 갔는데, 치료가 어렵다고 해 경상대병원으로 갔다. 심각한 이야기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이어 “부산대병원은 장비 노후화도 심각하다”며 “10년이 넘은 의료장비가 부산대병원 본원에는 42%, 분원에는 32% 가량”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서울 5대 상급병원의 입원 환자 36.4%가 지방 환자”라며 “병원도 국가에 예산을 신청해 좋은 장비를 갖추고 지방 거주민에게 양질의 의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도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가는 이유 중 하나가 의료환경”이라며 개선을 거듭 강조했다.

장비를 갖췄어도 사용할 의사가 없어 방치된 사례도 있다. 경남도립병원인 마산의료원은 2019년 운동 부하 검사기 등 장비 3대를 1억7700만 원을 들여 구입했지만 그동안 사용조차 못했다. 장비를 사용할 순환기 내과 의사가 구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병원 순환기 내과 의사 연봉은 기본급 2억 원에 성과급도 별도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남우동 강원대병원장은 전날 국회 국감장에서 “강원대병원도 수도권으로 의료진 이탈이 심각하다. 수도권으로 환자가 몰려 병원 수익성도 악화한다”고 지역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 가는 환자들 “어쩔 수 없어”

18일 부산시교육청에서 국회 교육위원회가 부산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부산대학교, 경상대학교, 부산대치과대병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부산에 사는 30대 여성 A 씨는 2년 전 산부인과 관련 질환을 앓고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병명조차 확인이 어려웠다. 의사의 권유로 서울의 병원을 찾았고, 소위 말하는 ‘빅5 병원’이 아닌 김포공항 인근 대학병원에서 곧바로 진단을 받아 치료를 시작했다. A 씨는 “1, 2주에 한 번씩 비행기를 타고 병원을 다녔다. 돈도 돈이지만 매번 먼 거리를 왕복하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다. 부산과 서울의 격차를 실감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40대 남성 B 씨 역시 최근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부모님 암 수술을 끝내고 함께 통원 치료를 다니고 있다. B 씨는 “부산의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자마자 주변 사람 모두 경험담을 말하면서 서울의 병원을 추천했다. 서울을 오가면서 항암치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지역의료기관 입원환자 중 해당지역 환자의 구성비를 나타내는 지역환자 구성비는 서울이 59.7%로 가장 낮다. 서울 소재 병원 입원 환자 40%는 지역에서 왔다는 뜻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방 거주자 중 빅5 병원에서 진료받은 인원은 2013년 50만245명에서 지난해 71만3284명으로 42.5% 급증했다.

■의사도 서울로… 과감한 대책 시급

환자는 물론 의사들도 모두 ‘서울행’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의사 수는 10만9937명이며, 서울에만 3만2045명(29%)이 있다. 젊은 의사는 전공의부터 수도권으로 떠나면서 2014~2023년 23개 진료과목 전공의 모집정원의 61.6%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몰렸다.

반면 지역은 수억 원의 연봉을 내걸어도 의사를 구하기 힘들다. 연봉 3억6000만 원을 제시했지만 5차례 끝에 간신히 의사를 구한 산청군 보건소가 대표적이다. 부산지역 대학병원 관계자는 “부산은 군 단위 보건소만큼은 아니지만, 응급의학과나 소아과 등 일부 진료과에서는 의사를 구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방 의료 붕괴 악순환을 끊고 지역 거주민에게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 거점 병원에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며, 지역의사도 양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국립대병원에라도 파격적인 투자를 해 지역 의료 거점 역할을 맡기는 동시에 지역의사제 도입 등을 통해 장기적인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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