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용적률과 높이 기준을 완화하는 혜택을 받고 지어진 부산 시내 ‘공개공지’ 중 35% 이상이 제구실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산진구 한 공동주택의 공개공지에 무단으로 물건이 적치돼 있다. 사진=오미래PD
부산에서는 주로 열린공간으로 불리는 ‘공개공지’. 도시 환경을 쾌적하게 조성하기 위해 대형 건축물에 조명, 긴 의자와 같은 시설을 설치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휴식 시설입니다.
건축법엔 바닥 면적의 합계가 5000㎡(약 1500평) 이상인 대형 건물에는 공개공지 조성 의무가 있습니다. 대신 사유지에 의무적으로 공개공지를 설치하게 한 만큼 용적률이나 높이 기준을 완화해주는 혜택이 주어지는데요. 그러나 설계 당시 혜택을 받았음에도 건축이 완료된 후에는 공적공간으로서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산시 감사위원회가 지난 4월부터 3개월 간 13개 구를 대상(종합 감사가 예정된 3개 구 제외)으로 공개공지 조성 및 사용 실태 감사를 진행했는데요. 감사위원회의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682곳 중 241곳(35.3%)에서 총 299건의 위반사항이 발견됐습니다. 물건 무단 적치, 주차장·흡연장으로의 전락, 의무 시설 철거, 영업 행위 등 위반 유형도 다양했습니다.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상가 건물. 시민 모두가 누려야 할 ‘공개공지’를 준공검사 후 판매시설, 영업행위, 울타리 설치 등으로 용도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국제신문DB
부산시 빅데이터 통계 ‘부산 구군 공개공지 현황’에 따라 공개공지가 설치돼야 할 남구의 한 건물입니다. 아무나 앉아 휴식할 수 있을만한 의자들이 보이지만 가게를 이용한 손님만 앉을 수 있는 시설입니다. 건축법(제27조의2 공개공지 등의 확보)에 따르면 건축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민들을 위한 문화행사를 열거나 판촉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영업과의 구분이 어렵고 기준도 미비한 상황입니다.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 “건물주가 알면서 그렇게 했을 수도 있고 모르고 그런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라고 보여지기 때문에 우선은 기초자치단체가 제대로 된 행정력을 발휘해서 관리감독을 더 정확하게 할 필요는 있겠고 그러면서도 이 부분을 지키지 않는 건물주에 대해서는 이행 강제금을 분명하게 물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부산진구 한 공동주택의 공개공지. 위반된 사항 없이 잘 마련됐지만 건물 1층에 설치된 탓에 입주민 전용으로 인식돼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 사진=오미래PD
일반적으로 초고층 건물 앞에 광장 형태로 지어졌거나 공원 형태로 넓게 지어져 접근성이 좋은 공개공지라면 누구나 이용하기도 쉽습니다. 반면 공동주택의 공개공지 같은 경우는 대부분 건물 1층 한켠에 마련돼 주로 입주민이 이용하면서 일반이 이용해도 된다는 사실을 인지조차하기 어렵습니다.
부산진구의 한 공동주택에 마련된 공개공지. 버젓이 공개공지 알림판이 있지만 헌옷수거함과 각종 쓰레기 집하장이 설치돼 사실상 건물 입주민만 쓰는 공간이 됐습니다. 남구의 또다른 공동주택 입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상시 개방돼야 할 공간이지만 건물 전용 주차 공간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공동주택 공개공지 주차 입주민] “제 차가 (주차)타워에 안 들어가는 차여서 어쩔 수 없이 여기 댔는데 여기 대는 것도 사실 치열해서 빨리 안 오면 못 대거든요”
부산시 감사위원회가 발표한 공개공지 사용실태 특정감사 결과보고서의 ‘광역자치단체 건축조례 상 공개공지 관련 기준’. 그래픽=이지수인턴
부산 감사위원회는 이런 위반이 빈번히 발생하는 원인으로 부산시 건축 조례의 공개공지 설치 기준이 부실한 점을 꼽았습니다. 애초에 공개공지가 제대로 설치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겁니다. 이미 몇몇 광역자치단체에서는 건축 조례에 공개공지 설치 기준, 형태, 최소 설치 면적, 안내판 설치 의무 여부 등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부산광역시 건축조례는 조명, 조경, 긴 의자 등 의무 편의시설 종류만 정했을 뿐 세부적인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또 감사위원회의 특정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초자치단체가 실시한 점검의 공개공지 위반 행위가 이번 감사위에서 진행한 특정감사 결과보다 약 3.6배 적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뿐만 아니라 위반 공개공지에 이행강제금을 과소 산정(5곳)한 점, 상습 위반 행위(41곳)가 드러난 곳에 고발조치 하지 않은 점 등 그간 기초자치단체의 공개공지 점검이 소홀했다고 감사위는 지적했습니다.
[부산시 감사위원회 관계자] “감사 끝내고 이제 우리 건축정책관실에서 조례를 아마 손을 볼 겁니다. 조례를 개정하면서 이런 부분도 일단 공개 공지라는 걸 표시할 수 있는 안내 표시라든가 건축 조례를 조금 더 세밀하게 이 공동 공지 부분에 대해서 개정을 할 거고요. 관할하고 있는 우리 자치구군에서는 단속이라든지 점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난 7월까지 부산 곳곳에 조성된 공개공지는 총 752곳입니다. 면적으로는 부산 시민공원(471,518m2)에 육박하는데요. 공개공지가 본래의 취지대로 도심 속 휴식 공간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관리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