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동생 사고 때 수혈 도움 계기
- 35년간 400회 총 13만㏄ 나눔
- 700회 달성 목표… 아들도 50회

“헌혈은 내 일부를 타인에게 전해 삶을 돕는 의미 있는 행위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헌혈에 동참했으면 합니다.”

‘헌혈왕’ 오재욱 씨가 헌혈 후 받은 헌혈증을 언제든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눈다.

‘헌혈왕’ 오재욱(52) 씨는 지난달 25일 누적 헌혈 횟수 400회를 달성했다. 헌혈 1회당 320㏄인 점을 고려하면 약 13만㏄의 혈액을 나눴다. 부산에서 세 번째로 400회 헌혈을 달성한 그는 앞서 2011년과 2013년 각각 혈액관리본부장 표창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오 씨는 1988년 발생한 여동생의 사고를 계기로 꾸준히 헌혈을 해왔다. 급히 수혈이 필요한 긴박한 상황에 오 씨 가족은 혈액을 나눠줄 사람을 구했다. 이때 그의 주변 사람들이 흔쾌히 피를 나눴다.

다행히 수혈받은 여동생의 치료는 무사히 끝나 여태 건강히 지낸다. 이때 받았던 도움의 손길이 오 씨의 35년 헌혈 인생의 시작이었다.

육군 3사관학교 의무행정 장교로 1992년 군 생활을 시작한 오 씨는 2013년 부산의 53사단으로 전입했다. 서울 태생인 그는 이곳에서 3년간 복무를 더한 후 2016년 소령으로 전역했다. 2017년 부산은행 안전관리실 과장으로 입사해 부산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오 씨는 매일 1만 보를 걷는 등 헌혈을 위해 체력관리도 멈추지 않고 있다. 아들도 오 씨의 영향을 받아 2018년부터 곧장 아버지를 따라 헌혈에 나섰다. 지금까지 50회의 헌혈을 해 지난 8월 헌혈 유공 패를 받기도 했다.

오 씨의 헌혈은 꾸준하다. 그는 1988년 첫 헌혈을 시작한 뒤 매달 2회씩 꾸준히 헌혈한다. 그러나 가끔 헌혈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육군 장교 출신인 그는 전국을 돌며 근무했다. 최전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군 생활의 고충은 기꺼이 이겨냈지만,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생활하면 길게는 6개월간 헌혈을 할 수 없었다. 말라리아 감염 우려 등의 이유로 헌혈이 제한되는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오 씨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헌혈했다. 부대에서 받은 헌혈 표창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오 씨는 많은 사람들이 헌혈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전히 병원마다 혈액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이른바 ‘헌혈 절벽’이라 불릴 만큼 헌혈이 줄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전국 헌혈실적 건수는 ▷2018년 288만 ▷2019년 279만 ▷2020년 261만 ▷2021년 260만 ▷2022년 264만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헌혈률도 지난해를 제외하곤 꾸준히 하락했다. 2014년에는 헌혈 건수가 300만 건이 넘었단 점을 고려하면 10년도 안 되는 새 30만 건이 넘게 줄어든 셈이다.

오 씨는 건강이 허락한다면 앞으로도 헌혈을 계속할 계획이다. 그는 “만 69세까지 헌혈이 가능해 700회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혈액이 부족한 병원이 많아졌는데, 저의 소식을 듣고 많은 분이 헌혈에 동참하는 ‘헌혈 전도’가 이뤄졌으면 하는 게 작은 소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