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법 공탁금 전년비 25% ↑
- 실제로 감형 참작 판결 사례 논란
- 당사자 위한 제도 보완 요구 커져
피해자의 동의 없이도 피고인이 법원에 일정 금액을 맡기는 형사공탁 특례 제도가 도입되면서 부산법원에서도 공탁금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공탁 특례 제도가 금전적 보상 보다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는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16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5~9월 부산지법 본원과 동부지원·서부지원에 납부된 공탁금은 총 2009억 원으로, 전년 동기(1600억 원) 대비 25% 증가했다고 16일 밝혔다. 지역 법조계는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 12월부터 도입된 형사공탁 특례 제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형사 공탁은 피해자 성명, 주소 등 인적 사항을 기재해야 가능했다.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알 수 없거나 피해자가 공탁을 위한 인적 사항 제공을 거부하면 돈이 있어도 공탁은 불가능했다. 동의를 구하지 못한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등의 또다른 위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막고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특례 제도가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피해자의 정보 없이 사건이 진행 중인 법원과 사건번호 등만 적으면 공탁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특례 제도 도입 이후 법조계에서는 진정한 합의 노력 없이 거액을 공탁해 감형을 받아보려는 ‘꼼수 공탁’, 피해자가 공탁에 대한 거절 의사를 밝힐 수 없도록 변론 종결 후 선고 전 ‘기습 공탁’ 하는 일이 생기면서 특례 제도가 피고인의 전유물이 됐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피해자가 찾아가는 공탁금액은 특례 제도 도입 전후 별다른 차이가 없다. 지난 5~9월 부산법원의 공탁 출급금액은 1571억 원으로 전년 동기(2261억 원) 보다 되려 적어졌다. 결국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공탁이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법조계는 법원이 공탁 여부를 양형에서 중대한 요인으로 삼기 때문에 일방적 공탁은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변호사들도 피고인들에게 ‘공탁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조언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일단 공탁금이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양형에 반영이 안될 때도 있지만 판결을 분석해 보면 영향을 미쳤다고 보여지는 사건도 많다”며 “검찰 내부에서도 법원과 논의해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는 형사공탁 특례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국회는 형사공탁 특례 제도를 보완하는 공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변론 종결 14일 전까지만 형사공탁을 하게 하고, 공탁 수령을 거부하는 피해자가 공탁회수동의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해 법원이 피해자의 의사를 파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법무법인 예주의 김소연 대표변호사는 “합의보다 엄벌을 원하는 피해자들이 많다. 그들에게는 범행에 진지한 반성 없이 공탁금을 내고 겉으로만 피해 회복을 시도하려는 피고인들을 용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피해자가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만큼 법원이 양형 조사에서 피해자의 의사와 피고인의 진정성을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