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콜롬비아가 비만 등을 유발하는 ‘정크푸드’에 건강세를 매겼다.

1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건사회보호부(보건부)에 따르면 콜롬비아가 이달부터 인공향료나 색소, 감미료 등 첨가제를 포함한 초가공식품과 소금·설탕 또는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에 10%의 건강세를 매겼다. 감자칩 등 튀겨서 만드는 스낵을 비롯해 비스킷, 탄산음료, 즉석식품, 초콜릿, 가공식품 등도 과세 목록에 포함됐다.

이는 수년간의 논의 끝에 도입한 ‘정크푸드법’에 따른 조처다.

콜롬비아 보건부는 과세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해 2025년엔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번 세제 개편은 국가 예산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들이 보다 건강한 음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비전염성 질병(NCD) 데이터 포털 통계를 보면 콜롬비아 국민(25세 이상)은 하루 평균 12g의 소금을 소비한다. 이는 WHO의 1일 소금 권장섭취량(5g)의 약 2배이며, 세계 평균(11g)을 웃도는 수치다.

콜롬비아 내 비전염성 질병 중 사망 1위는 뇌졸중과 심부전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31%)으로 조사됐다. 보건부는 이를 나트륨 과다 섭취와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지 일간 엘티엠포는 “세계 평균(13%)을 웃도는 18세 이상 비만율(22%) 역시 식습관 개선의 당위성을 인식한다”라고 보도했다.

콜롬비아는 이번 조처로 의료비용 절감 및 당뇨병과 비만 등 생활습관병 억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식단 개선이 심혈관 질환과 고혈압 등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다.

다만, 물가 상승 우려나 빈곤층에 더 큰 경제적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그간 법안 발효를 강력히 반대한 일부 식품 업계의 반발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콜롬비아가 건강세를 도입하기 앞서 전 세계적으로 42개국의 국가가 비만율을 억제하기 위해 가당음료, 탄산음료, 정크푸드 등에 비만세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2월 당류가 들어있는 음료를 제조·가공·수입·유통·판매하는 회사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비만세 도입’이 논란의 중심에 선적이 있다.

개정안에는 음료 100ℓ 기준으로 1㎏ 이하의 경우 비만세가 1000원 부과되고 1~3㎏ 기준 2000원 등 구간별로 나눠 최대 2만 8000원까지 세금을 부과한다는 세부 기준이 마련됐다.

이에 식음료업계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 이미 실패한 비만세 정책을 도입할 경우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은 바 있다.

실제 비만세를 최초로 도입했던 덴마크의 경우 비만세 도입 후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는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시켰고 주변 국가로 원정 쇼핑이 증가하며 1년 만에 제도를 폐지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한 건강세 도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과 개인의 행복 추구권 침해 등의 이유로 도입을 신중히 논의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