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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로 펜스 세우면 장사 어렵다” 또 뒤로 밀려난 안전

연제 거제초~레이카운티 400m…상가 50여 곳 강성 반대 민원에 안전펜스 설치사업 연말로 연기

  • 박수빈 기자 sue922@kookje.co.kr
  •  |   입력 : 2023-11-26 20:21:13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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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차도 못 해… 생계 직격탄”
- 학부모 “사고땐 누가 책임지나”
- 구, 여닫이 펜스 등 절충안 고심

입주를 앞두고 지역 여론의 주목을 받는 부산 연제구 레이카운티가 이번에는 초등학교 통학로 문제를 놓고 시끌벅쩍하다. 연제구는 이 아파트의 입주에 맞춰 입주민의 자녀들이 다닐 거제초의 통학로에 안전펜스를 설치하려고 했지만 일대 상인의 강력한 반대에 막혀 사업을 연기했다. 이에 입주민들은 구가 통학로 안전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며 반발한다.
26일 부산 연제구 거제초등학교 인근 통학로. 이곳은 인근 상인들의 반대로 아직 안전펜스가 설치되지 않았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구는 거제동 거제초에서 레이카운티 아파트 사이 약 400m 구간 통학로(연제구 해맞이로)에 안전펜스를 설치하는 사업을 이달 말에서 연말로 연기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부산시의 어린이 통학로 종합 안전대책 시행 방안의 일환으로, 구는 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진행했다. 펜스 설치 대상 구역 중 일부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다. 구는 레이카운티 입주에 따라 통학 인구 증가가 예상되자 거제초 인근 통학로를 우선 정비하기로 했다.

하지만 펜스 설치 구간에 자리한 상가 50여 곳의 상인 대부분이 ‘장사에 방해가 된다’며 강력하게 반발해 사업을 연기했다. 거제초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하는 A(54) 씨는 “우리 가게 고객의 70%는 정차가 허용되는 7분 동안 가게 앞에 차를 대고 장을 보는 분들이다. 가게 앞에 안전펜스가 세워지면 배달 트럭에서 물건을 상하차할 수도 없다. 이곳을 지나다니는 어린이들은 적지만, 펜스가 생기면 상인들은 생계에 직격탄을 맞는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입주를 앞둔 학부모들은 불안해한다. 내년부터 거제초로 등교할 9살 딸을 둔 입주예정자 김명수(48) 씨는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이곳을 지나다니는 아이가 폭증할 것”이라며 “어린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인데, 상인들의 반발에 구가 통학로 안전 사업을 연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진희 부산학부모연대 상임대표도 “스쿨존 불법 주·정차를 눈감아주는 것도 문제인 마당에, 상인 민원을 핑계로 아이들이 이용하는 길의 안전 확보를 소홀히 했다가 추후에 교통사고라도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비판했다. 시교육청은 이 아파트 입주 예정자의 초등학생 자녀들을 거제초와 창신초, 남문초까지 분산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상인의 반발에 막힌 구는 구의회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구는 ▷안전펜스 대신 차량 진입 방지용 철제 기둥(볼라드) 설치 ▷안전펜스 설치 구간을 맞은편 인도(동해선 거제역 앞)로 변경 ▷여닫이형 안전펜스 마련 등을 논의한다. 그러나 볼라드를 세우면 여전히 상점 인근에 주·정차를 할 수 없다. 특히 펜스 설치 구간을 다른 경로로 바꾸는 것은 실효성도 없다. 펜스를 설치하기로 한 구간이 학교로 가는 가장 짧은 길이어서 펜스를 다른 쪽에 놓으면 통학로로 이용될 가능성이 낮다. 구의회 정홍숙 의원은 “아이들은 횡단보도를 두번씩 건너야 하는 대안 구간보다 기존 구간을 이용할 것”이라며 “통학로 안전을 위한 사업인 만큼 아이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길에 펜스를 마련해야 한다. 상점 민원을 고려한 여닫이형 안전펜스 설치 등 다양한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상인들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경찰과 함께 이들을 찾아간 적도 있지만 강경한 반대에 부딪혀 도저히 사업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며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진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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