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실패했으나 정부와 부산시, 재계, 정치권 등이 ‘원팀’을 이뤄 적극적인 교섭 활동을 펼쳐 다시 뛸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을 마련했다. 부산의 도시 브랜드 가치가 크게 높아졌는가 하면 외교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고, 기업들도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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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준(왼쪽부터) 부산시장과 한덕수 국무총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의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투표에서 부산이 탈락하자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29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 기관 지옌(Z/Yen)사가 지난 6월 발표한 ‘글로벌 스마트도시 평가’에서 부산은 세계 77개 주요 도시 중 19위를 차지했다. 디지털 중심 스마트도시 경쟁력 순위를 매기는 이 평가에서 부산보다 순위가 높은 아시아 도시는 싱가포르와 홍콩 밖에 없었다. 부산은 2021년 6월 평가에서 62위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11월 22위로 크게 뛰어오른 뒤 20위 내에 진입했다. 경제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2023년 세계 살기 좋은 도시’ 평가에서 부산을 아시아 6위에 올려 놓았다.
관광지로서의 부산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2023년 숨이 막히도록 멋진 여행지와 체험장소 25’에 도시 단위로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부산을 꼽았다.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은 세계 1211개 여행 도시를 대상으로 소비자 투표와 심사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각 부문 수상 도시를 선정했는데 부산은 ‘2023 인기 급부상 여행지상’과 ‘2023 최고의 해외 파트너상’ 등 2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엑스포 유치 활동기간 박형준 부산시장은 23개 국가를 방문해 부산의 인지도를 높였다. 그 결과 부산시의 자매·우호협력도시는 37곳에서 49곳으로 늘었고, 대상 지역 역시 아시아를 넘어 동유럽과 아프리카로 확대돼 글로벌 허브 도시로서의 위상을 쌓았다. 박 시장은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전 세계에 부산을 알리고 세계 여러 나라와 협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비록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부산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에 귀중한 자산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4강 외교’에 치우쳤던 대한민국의 외교가 엑스포 유치전을 계기로 이름조차 낯선 태평양 섬나라, 중남미 소국까지 훑으며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지원 방향을 고민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할 계기가 된 점도 소중한 성과다.
경제계는 2030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 아쉬워하면서도 유치전 과정에서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을 넓히는 등 성과가 적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인지도 강화, 신시장 개척, 공급망 다변화, 새로운 사업 기회 등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고 논평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전 국가적 노력과 염원에도 부산엑스포 유치가 좌절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엑스포 유치를 위한 노력과 경험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리더를 넘어 글로벌 리딩 국가로 나아가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부산 지지 요청을 위해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관계자와 접촉하는 과정에 네트워크 구축,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강화 등의 효과를 거뒀다. 사업 네트워크가 크지 않은 국가에서도 새로운 사업을 확대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SK 내부에서도 부산엑스포유치 공동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유치 활동 과정에서 새로운 글로벌 시장을 발굴한 부수 효과가 상당하다고 본다.
파리=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