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60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의료기기 제조공장 노동자 150여 명이 단체협상 결렬 등을 이유로 1달이 넘게 공장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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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상구에 있는 의료기기 생산업체 ‘아이리’의 조합원들이 사측의 직장폐쇄에 맞서 38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최근 조합원들이 사측에 생계 보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전국금속노동조합 아이리지회는 지난달 24일부터 30일 현재까지 38일째 사측의 직장폐쇄에 맞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아이리는 1963년 부산 사상구 학장동에 설립한 의료기기 제조 공장으로, 국내 봉합사 시장의 40% 점유율을 차지하는 유명 기업이다. 노조원은 156명으로, 이 가운데 85%가량이 중장년의 여성 노동자다.
노조는 지난 5월 사측과의 임단협 교섭이 결렬된 뒤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사측과 합의하지 못했다. 이후 노조가 하루 1~3시간 부분파업을 13차례 진행했지만 사측은 지난달 24일부터 직장폐쇄 조처를 한 뒤 노조 간부들을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고소했다.
노조는 최저임금 수준인 기본급에 붙은 근속수당 1만 원 인상과 단협에 명시된 ‘노조 전임자의 근로시간 면제 조건’을 유지하라고 주장한다. 사측은 경영 사정상 수당의 인상이 힘들며 노조의 정치 집회 참여를 금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배미순 아이리지회장은 “7년 동안 인원 충원 없이 노후 설비를 고쳐가며 생산에 매진했는데 돌아오는 건 실질 임금 삭감 위기와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며 “경기도로 공장을 이전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와 불안하다. 사측은 고용안정과 노동자 생계 보장에 적극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아이리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 사항은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불가능한 영역이다. 모든 조합원이 파업을 철회하고 직장으로 돌아오겠다는 ‘근로제공 확약서’를 제출하면 직장폐쇄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