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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41> 티무르와 테무르 ; 호라즘 땅에서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12-04 19:50:58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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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산(Khorasan)은 이란 옆 아프가니스탄 쪽에 주로 걸친 곳이다. 이란에서 볼 때 해 뜨는 동쪽이다. 그래서 페르시아어로 태양의 땅이라는 뜻으로 호라산이라 불렀겠다. 탈레반보다 드센 IS 호라산의 본거지다. 호라산 위쪽에 호라즘(Khwarezm)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에 걸친 중앙아시아 땅에서다. 칭기즈 칸은 교역을 원하며 호라즘에 사신을 보냈는데 개무시 당했다. 이후 칭기즈 칸 군대는 호라즘을 초토화한다.

더 유명한 티무르 황제와 덜 유명한 테무르 장군
지도에서 사라진 호라즘 땅에서 티무르(Timur 1336~1405)라는 엄청난 ‘싸나이’가 태어난다. 지금의 사마르칸트 바로 아래쪽에서다. 그는 튀르크족에 가까웠으나 몽골족 칭기즈 칸의 후예임을 자칭했다. 족보상으로 칭기즈 칸의 직계가 아니기에 칸이 되지는 못했다. 의형제를 죽이고 칭기즈 칸 혈통을 지닌 그의 아내를 자신의 아내로 취했다. 그렇게 칭기즈 칸 사위임을 내세우며 칭기즈 칸 부마(駙馬)국 통치자(Amir)가 되었다. 티무르 군대는 당시 짱짱하던 오스만제국과 벌인 앙카라 전투에서 승리하며 술탄을 체포할 정도로 막강했다. 69년 평생 전쟁을 하면서 한 번도 패배한 적 없이 티무르 대제국을 이루었다. 말년에 몽골족의 원나라를 무너뜨린 명나라한테 복수한다며 떠난 원정길에 독감에 걸려 돌연 사망했다. 티무르의 전쟁방식은 칭기즈 칸보다 잔인하며 잔혹했다. 항복해도 관용을 베푸는 게 아예 없었다. 알렉산더 군대는 헬레니즘 문화를 남겼고 시저 군대는 로마 문화를 퍼트렸지만 티무르 군대는 무참한 학살과 비참한 약탈을 일삼았다. 티무르 제국의 수도였던 사마르칸트 등에선 멋진 이슬람 건축물을 남기긴 했어도 정복지에선 짓밟고 부수고 태우고 죽이기 일쑤였다. 수만 명 해골로 피라미드를 쌓기도 했다. 그의 군대가 죽인 사람이 1700만 명이나 된다던데 당시 세계 인구가 3억~4억 명 정도였던 걸 감안하면? 인류 역사상 사람들을 가장 많이 죽인 독재자 3위 안에 거론되는 히틀러나 스탈린보다 압도적 살인 기록이다.

티무르 사후에 제국은 후손들의 권력 싸움으로 혼란하면서도 100년을 더 간다. 티무르의 5대손인 바부르는 티무르처럼 칭기즈 칸의 후예임을 내세우며 몽골의 인도식 발음인 무굴이란 이름으로 인도의 마지막 왕조인 무굴제국을 세운다. 하지만 호라즘 땅에 있었던 티무르제국은 결국 우즈베키스탄인들에 의해 끝내 멸망한다. 그런데! 역사는 참 아이러니하며 패러독스하다. 우즈베키스탄인들이 티무르의 후예들을 무너뜨렸으면서도 티무르를 국부로 기리다니? 우즈베키스탄인도 아니고 몽골족임을 자처했던 티무르를 우즈베키스탄의 국부로 여기다니? 특히나 몽골족은 지금 우즈베키스탄 지역에 있던 호라즘을 몰살한 적도 있었는데! 그러니 우즈베키스탄의 국부가 된 티무르는 역사적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물이다. 이 문제로 우즈베키스탄 사람과 논쟁하면 싸우기 쉽다. 호라즘 땅에서 태어난 불세출의 아미르니 국부로 추앙하는 게 이해는 된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더욱 기려야 할 티무르는 따로 있을지 모른다. 발음은 좀 다르지만 티무르와 동명이인인 테무르(Temur 1199~1231)가 아닐까? 그는 호라즘의 명장으로 몽골족의 호라즘 침략 때 끝까지 싸웠다. 과거 같은 호라즘 땅에 속한 우즈베키스탄 옆 타지키스탄에선 티무르 황제보다 테무르 장군이 기려진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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