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몸이 말랐던 사자 ‘바람이’, 동물원을 탈출했다 사살된 퓨마 ‘뾰롱이’, 부모를 잃은 스트레스로 좁은 우리를 탈출한 얼룩말 ‘세로’. 정부가 동물원과 수족관 등에서 지내는 동물의 복지와 관리를 위해 동물원 운영 기준을 강화했다.

지난 6월 ‘갈비뼈 사자’로 부실 관리 논란을 빚은 김해 부경동물원의 사자 ‘바람이’. 현재 청주동물원에서 지내고 있다. 국제신문DB

지난 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동물복지와 야생동물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동물원수족관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의결됐다. 이에 따라 동물원·수족관 운영방식이 기존 등록제→허가제로 바뀌었다.

그간 동물원 등은 최소한의 전시 및 사육시설만 갖추면 쉽게 등록할 수 있었는데, 각종 관리 규정 또한 선언적 수준으로 전시 동물 복지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동물원이나 수족관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보유동물과 시설을 일정 규모 이상 갖춰야 한다.

지난 3월 서울대공원의 좁은 우리를 탈출해 도심지를 활보한 얼룩말 세로. 연합뉴스

구체적으로 동물원의 경우 휴식처나 바닥재 등 야생동물 특성에 맞게 서식환경을 조성하는 등 강화된 허가요건을 갖춰야 한다. 시설을 갖췄다면 동물원 검사관의 검증과정을 거쳐야 운영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검사관은 40명 이내로 환경부에서 임명한다.

아울러 안전 및 질병 관리, 복지 증진 등 구체적인 동물 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휴업이나·폐원 할 때에도 동물관리 계획을 보고해야한다. 또한 휴·폐원 기간 동안 동물 관리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허가권자의 감독 의무도 강화됐다.

이미 동물원이나 수족관을 등록해 운영 중인 곳은 2028년 12월까지 5년간 유예기간이 주어되며, 이 기간 안에 개정안의 허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한편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과 함께 야생생물법 개정안도 국무회의에 의결됐다. 이에 따라 라쿤카페 등 동물원이나 수족관으로 등록하지 않은 시설에선 야생동물 전시가 금지된다.

부산의 한 라쿤카페에서 라쿤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국제신문DB

정부는 현재 해당 시설을 운영 중인 업체에 유예기간 4년을 주고, 시설 내 동물은 충남 서천에 만들어질 야생동물 보호시설로 이동시킬 방침이다. 유예기간에도 야생동물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가하는 만지기와 올라타기 등 행위는 금지되며, 이를 어긴 경우 위반 횟수에 따라 150만∼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앵무목, 꿩과, 거북목, 독이 없는 뱀 등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낮다고 판단해, 연구·교육 등 공익적 목적에 한해 서식지 외 보전기관 및 과학관에서의 전시가 가능하도록 예외를 뒀다.

이번 동물원수족관법·야생동물법 개정안은 오는 14일부터 시행된다. 환경부는 앞으로 5년마다 동물원 운영사항, 서식환경, 보유동물 복지실태, 안전·질병 관리실태 등을 조사해 공표해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을 통해 동물복지에 적합한 시설과 기반을 갖춘 곳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유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야생동물 운송 과정에서도 동물의 안전을 고려하도록 하는 등 더 많은 야생동물이 안전하게 보호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