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시민단체가 북구의 통학 환경이 50점 만점에 평균 18점 수준이라는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북구 백산초 사고 당시 보행자 신호 고장이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지만 아직도 절반이 넘는 학교의 스쿨존에는 신호등조차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7일 오후 4시 부산시의회 의원회관 지하 1층 회의실에서 ‘안전한 어린이 통학로 확보를 위한 부산시민사회 토론회’가 열렸다. 조성우 기자

안전한 어린이 통학로 확보를 위한 부산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7일 부산시의회 회의실에서 ‘안전한 어린이 통학로 확보를 위한 부산시민사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부산참여연대는 북구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56곳을 자체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50점 만점에 평균 18점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부산참여연대 교육희망네트워크 등 9개 단체가 참여해 지난 10월 한 달간 진행됐고 ▷도로조건 ▷보행조건 ▷신호등 및 횡단보도 시설 ▷위험요소 등을 평가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스쿨존 내 보·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곳은 10곳,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은 22곳으로 집계됐다. 무단횡단 방지시설이 설치된 곳도 11곳, 횡단보도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13곳으로 조사됐다. CCTV는 속도위반 18곳, 주정차 위반 2곳, 방범 다기능은 15곳에 설치돼 있었다. CCTV가 아예 없는 스쿨존도 21곳이나 됐다. 특히 등·하교 시간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곳은 3곳뿐으로 조사됐다. 일방통행도 3곳만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4월과 6월 각각 영도구 청동초와 북구 백산초에서 화물차와 관련된 스쿨존 사고가 발생했다. 이 두 사고로 등교 중이던 초등학생이 숨지고, 사서 교사가 의식불명에 빠졌다. 특히 백산초 사고는 당시 보행자 신호등이 꺼져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여전히 27곳의 스쿨존에는 신호등조차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이날 토론회에는 신호등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또 어린이 안전을 위해 스쿨존 보도 폭은 최소 1.5ｍ를 확보하고, 등·하교 시간에는 차량 통행을 제한하거나 적어도 화물차 통행이라도 제한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청동초 참사 이후 안전펜스 설치는 부산시가 내놓은 대표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조사해 보니 사고 발생 스쿨존의 안전펜스 설치도 채 끝나지 않았고, 최근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다시 편성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