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전문 용역업체가 추천 논란
- 환경단체 “밭농사로 서식 불가”
부산 강서구가 1년 만에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의 문화재보호구역 축소에 다시 나서는 가운데 구가 제시한 대체서식 후보지를 두고 논란이 인다. 환경단체들은 구가 제대로 된 환경분석도 없이 철새 서식이 불가능한 ‘비닐하우스 섬’을 대체지로 선정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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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가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의 문화재보호구역 축소 조정안을 문화재청에 제출하면서 제시한 대체서식 후보지를 놓고 논란이 인다. 사진은 대체서식 후보지 중 한 곳인 신안치등섬이 10일 비닐하우스로 덮혀 있는 모습.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국제신문 취재 결과 강서구는 지난달 부산시에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 문화재 지정구역 조정안을 제출하면서 대체서식 후보지로 ▷신안치등섬 ▷수안치등섬 ▷치등 ▷대저생태공원 ▷맥도생태공원 ▷가락동 농경지를 제시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앞서 시는 지난달 30일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보호구역 축소 조정안을 검토한 뒤 문화재청에 안건 심의를 요청했다. 문화재청은 오는 13일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조정안을 심사한다. 시 관계자는 “서낙동강 일부 지역 중 필요 지역의 합리적 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문화재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구가 철새도래지 문화재 지정구역 축소에 나선 것으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문화재청은 강서구가 지난해 제출한 조정안을 심사한 뒤 지난 3월 19.4㎢(서낙동강·평강천·맥도강 등)에 달하는 축소 면적이 광범위하고 철새 대체서식지 마련 방안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수용 불가 의견을 냈다. 이에 구는 9개월 동안 대체서식지 조성 계획 등을 구체화해 재심의를 요청한 것이다.
구는 대체서식지 마련 방안을 보강해서 올해 축소 조정안을 제출했다고 했다. 하지만 구가 제시한 대체서식지가 알려지자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대저·맥도생태공원에는 이미 대체서식지가 조성돼 있다. 특히 서낙동강 하구에 도로로 연결된 섬인 ‘신안치등’은 10년 새 비닐하우스 밭으로 변해 서식지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치등은 과거 모래 섬이었으나 최근 갈대 개체수가 급증해 큰 기러기 등 겨울 철새가 쉴 공간이 거의 사라졌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 관계자는 “치등은 소형 개체가 몸을 숨기기에 적합한 곳으로 변해 이제는 여름 철새의 번식지로 쓰인다”며 “여기에 대체서식지를 무리해 조성하면 기존 생태계 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낙동강하구지키기 전국시민행동 박중록 위원장은 “가락동과 수안치등은 밭농사를 짓는 곳으로 겨울 철새가 곡식 낱알을 먹는 먹이터로 쓸 수 있지만, 대체서식지 조성은 사유지를 매입하지 않는 이상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허술한 후보군을 보면 강서구의 철새 도래지 보호 의지를 의심케 한다”고 밝혔다.
구는 대체서식지 선정 기준은 물론 사전 환경분석 등 기초자료도 없는 상황에서 타 부서의 용역을 수행하는 업체로부터 대체서식지를 추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서식지 마련 업무는 문화체육과 담당이지만 구는 도시관리과가 진행한 하천 정비 사업 용역 업체에 구두로 추천받아 대체서식지를 선정했다고 인정했다. 구 관계자는 “조정안이 심사에서 통과하면 (대체서식지 마련을 위한) 용역을 실시해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