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여름철 냉방을 하지 않고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상상하기조차 어렵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 차량이 냉방장치 없이 운행해 ‘찜통버스’란 말이 익숙했다. 무더운 여름이면 창가에 앉은 승객은 그나마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깥바람을 쐬며 땀을 식혔지만 대다수 승객은 몸을 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은 버스 안에서 속절없이 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퇴근 시간 상습 정체 구간인 만덕2터널을 통과하는 데만 30분 이상이 걸렸지만 냉방이 되지 않아 열기를 견디다 못한 승객들이 터널 안의 매연을 무릅쓰고 창문을 활짝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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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인 1996년 7월 에어컨이 없어 문을 활짝 열고 운행하는 시내버스. 국제신문DB |
1990년대 들어 정부가 버스 교통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버스 차량 냉방화를 추진하며 이런 고충을 해결할 길이 열렸다. 교통부는 부산과 서울을 포함한 전국 6대 도시의 시내버스를 1995년 1월 1일부터 냉방장치가 부착된 차량으로 대폐차 또는 증차하도록 했다. 여름철 승객들이 겪는 고통을 잘 아는 부산시와 버스 업계는 상황을 개선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1995년부터 부산 시내버스도 일부 업체가 자체적으로 대폐차 차량을 냉방 차량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차량 냉방화가 업체의 결심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비용 부담이 컸다. 기존 차량 가격에 냉방장치 비용이 추가되고 비탈길이 많은 부산의 지형적 특성상 냉방장치 가동 때 출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극복하려면 기존 차량보다 높은 출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 또한 부담이 됐다. 냉방장치를 가동하면 최대 20% 늘어나는 연료비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에 부산시가 1997년부터 추가되는 비용을 특별융자 해주기로 하면서 냉방화의 길을 텄다. 당시 부산시는 2071대의 일반 버스 가운데 차령 8년이 만료해 대폐차하는 300여 대를 교체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0년까지 차례로 냉방화를 완료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시가 지원하는 방안은 중앙정부가 특혜 시비를 우려해 반대하면서 백지화했다. 이 때문에 시민이 여름철 땀을 식히는 시원한 시내버스를 탈 수 있게 된 것은 2000년대로 접어들고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야 이뤄졌다.
※공동기획 : 부산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 국제신문,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