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노 선비 갈 강 저 돌궐 투르크 철륵 설연타 유연 월지 동호 서하 알타이 카자흐 키르기스 거란 여진 만주 알타이 탕구트 퉁그스 몽골 나이만 케레이트 메르키트 타타르 티무르 토번 티벳 토욕혼 오이라트 등등등…. 중국 중원의 북방이나 서쪽과 관계된 이름이다. 이 이름들이 부족인지 민족인지 종족인지 어족인지 국가인지 헷갈린다. 하지만 이 복잡한 이름들을 딱 두 개로 대충 대강 대략 퉁 쳐서 유형화할 수 있다. ①백인종에 가까운 서쪽의 돌궐족과 ②황인종에 가까운 동쪽의 몽골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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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가르가 아닌 위구르 자치구에 사는 중국인 가족. |
투르크(Turk)라는 이름을 한자로 음차한 돌궐(突厥)은 중원의 북서쪽 민족을 아우르는 이름이다. 200년 가까이 돌궐제국(552~745)을 이루었던 돌궐족은 흩어져 가까운 중앙아시아는 물론 저 멀리 서쪽으로까지 이동해 아나톨리아반도까지 갔다. 그런데 이동하지 않은 돌궐족 일부가 위구르족이 된 듯하다. 위구르족은 100년 넘게 위구르제국(742~840)을 이루며 당나라를 돕기도 하고 괴롭히기도 했다. 그러나 1759년 청나라 건륭제 때 복속되고 만다. 이때 위구르 땅은 청나라 입장에서 새로운 땅이기에 신장(新疆)으로 불리었다. 1912년 청나라 멸망 후 위구르인들은 동투르키스탄이라는 독립국을 세우기도 했으나 말뿐이었다. 위구르 독립 지도자들이 탄 비행기가 의문의 추락으로 전원 사망했다. 결국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신장위구르자치구로 중국에 병합되었다.
돌궐계 위구르인이 살던 위구르자치구 동쪽 지역과 겹치는 몽골의 서쪽 지역 거주의 몽골계 준가르족은 1449년에 명나라 황제를 포로로 잡을 정도로 셌다. 한때 준가르제국(1634~1758)을 이루었다. 그러나 청나라 건륭제 때 마지막 유목국가인 준가르는 지도에서 사라졌다. 건륭제가 장수들에게 보낸 지령문인 초멸정진(剿滅淨盡), 뜻 그대로 준가르인을 모두 죽여 깨끗하게 정리했다. 씨를 말렸다. 준가르족 전체 인구의 약 80%인 50만~80만 명이 학살당하거나 천연두로 죽었다는데…. 사실이라면 엄청나다.
몽골계 준가르족은 다 없어졌다고 해도 돌궐계 위구르족은 살아간다. 중국인과 얼굴도, 문화도, 종교도, 정체성도 다르다. 당연히 독립 열망이 거세다. 수년 전 필자가 위구르자치구 중심지인 우루무치를 갔을 때 무장경찰이 독립활동을 감시하고 있었다. 탱크 사진을 찍었는데 걸려서 삭제해야 했다. 지금 같으면 반간첩법으로 끌려가 핸드폰 압수당하고 조사받을 수 있다. 분위기가 싸늘했다. 반면에 정겨운 추억도 있다. 위구르자치구 한 도시 투루판에 사는 마(馬) 씨 성의 중국인이 떠오른다. 청포도 농사를 짓던 그는 더위에 지친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자기 집으로 들어와 쉬어 가라고 했다. 집에는 아내와 두 딸이 있었다. 마 씨 가족은 국수와 수박으로 환대했다. 위구르족 땅에 사는 중국인 마 씨는 따뜻했다. 중국인 마 씨 가족이 위구르자치구에서 행복하길 빈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이 위구르인에게 해로운 짓을 벌이면? 마 씨 가족에게도 좋을 리 없다. 가령 중국은 핵실험을 위구르자치구에서 한다. 그런 식이라면 위구르인들의 독립의지는 더욱 불타올라 투르키스탄이란 또 하나의 ‘스탄’ 국가가 건국될지도 모른다. 중국이 서북공정을 벌여 위구르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 해도…. 아무튼 마 씨 가족을 꼭 다시 만나 이방인에게 베푼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