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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숙·재생원 피해자들 "내 전재산 힘없고 아픈 이들 위해 써주세요"

영화숙·재생원 피해자 유언장 작성

23일 무연고자 공영장례 위임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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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고통 속에 살다 혼자 쓸쓸한 죽음을 맞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형님과 아우를 만나 걱정을 덜었습니다. 전 재산은 우리처럼 힘없고 아픈 이들을 위해 써주세요. 제 유골은 화장 후 바다에 뿌려주길 바랍니다. 다음 생에는 새로 태어나 자유롭게 날고 싶습니다.”
23일 오전 동구 부산반빈곤센터 사무실에서 영화숙 재생원 피해생존자들의 공영장례 위임식 행사가 열린 가운데 자신의 영정사진을 전달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23일 부산 동구 부산반빈곤센터에서 영화숙·재생원 피해 생존자 황송환(72) 씨가 이같이 말했다.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협의회는 이날 외롭지 않은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피해 생존자 대부분이 70대 이상 고령층이고 무연고자인 까닭에 ‘외롭고 쓸쓸한 죽음을 피하고 싶다’는 게 공통된 바람이었다. 생존자 박상종(66) 씨는 “‘죽으면 내 시신은 누가 수습해 줄까’ 생각을 하면 서글퍼 울곤 했는데 이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영화숙·재생원 피해 생존자 5인은 공영장례 위임장과 유언장을 작성했다. 공영장례는 부산시가 지원하는 무연고자와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장례다. 사전에 위임장을 작성하면 동네이웃이나 친구가 장례주관자(상주)가 돼 마지막 길을 지킬 수 있다. 피해 생존자의 장례주관자는 손석주 대표로, 유언장은 생존자가 사전에 밝혀둔 장례 방식과 처리 의사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진행했다.

가족이 없는 무연고 생존자는 사후 국가소송 배상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사를 유언장에 담았다.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인권변호사가 민법상 효력 발생을 위한 공증인으로 참석했다. 손 대표는 “무연고자는 사후 국가폭력 피해 배상금이 국가로 환원된다고 들었다”며 “한평생 고단한 삶을 살았던 대가로 어렵고 힘든 이들을 도우면 좋겠다는 생각에 유언장 작성을 서둘렀다”고 밝혔다.

피해생존자협의회는 앞으로 다른 피해자를 대상으로 공영장례 위임절차와 유언 공증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국가손해배상 소송 도중 고령의 피해자가 사망하면 협의회가 소송을 위임받아 끝까지 책임진다는 내용도 포함한다. 현재까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신청자는 7명이다. 진화위는 지난해 8월 영화숙·재생원에 대한 직권조사를 의결한 뒤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반빈곤센터는 피해 생존자 곁에서 공동체 활성화 과정을 돕는다. 국가폭력 피해자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는 피해생존자가 평소 자주 교류하는 등 사회적 애도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빈곤센터 최고운 대표는 “피해생존자가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부터 출발이다. 부산시와 지자체가 국가폭력 피해자의 존엄한 배웅을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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