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간 대학행사 천장 붕괴
- 지금도 금 간 벽 보면 호흡 곤란
- 생살 뜯어내는 듯 드레싱 수천번
- 잔상 남아 수차례 극단적 시도도
- 어머니 위암, 나 때문인 것 같아
- 코오롱 전 회장 지원 약속했지만
- 현 대표 5년째 면담 거부 답답
- 중증장애 안고 불안의 나날
부산외대 마우나 리조트 참사 피해 생존자 장연우(30) 씨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1시간여 동안 내내 서 있었다. 심해진 고관절 염증과 사고 당시 엉덩이 피부 괴사 후유증으로 앉으면 통증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골반뼈도 틀어져 휠체어에서 침대로 이동할 때 4명의 도움이 필요하다. 장 씨는 “10년이 지나면 상처가 아물 법도 한데 욕창이 여전히 심각하다”며 “엉덩이 쪽은 동상으로 피부가 괴사해 이식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근육이 없이 뼈 위에 피부만 얇게 덮인 상태”라고 상태를 설명했다.
 |
|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 피해자 장연우(30) 씨가 지난 8일 인천의 한 노인재활요양병원에서 국제신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관절 염증과 엉덩이 피부 괴사로 앉기가 힘든 장 씨는 보행기에 의지한 채 서서 1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한 뒤 돌발성 통증을 호소해 사진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인천=정지윤 기자 |
■
37번의 수술과 계속된 재활10년 전 참사는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에서 2014년 2월 17일 밤 9시5분 발생했다. 미얀마어학과 소속인 장 씨는 이날 오후 8시50분부터 체육관에서 진행한 아시아대 대상 레크리에이션 현장에 있었다. 행사 도중 비명이 들려 뒤돌아보니 천장이 무너지고 있고 순간 철골 구조물이 장 씨의 하반신을 덮쳐 정신을 잃었다. 이후 정신을 차린 장 씨는 버스에서 처음 만난 친구 이름을 부르며 포기하지 않고 구조 요청을 한 끝에 구조됐다.
사고 후 장 씨는 10년 동안 37번의 수술과 재활 치료를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전신마취를 하지 않는 시술은 수백 번을 받았고, 생살을 뜯어내는 듯한 괴로운 드레싱도 수천 번 받았다. 드레싱 중 참기 어려운 통증에 마약성 진통제도 듣지 않아 결국 수면마취를 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재활 치료는 2017년 간신히 시작했다. 장 씨는 “경사 침대로 누워만 있던 몸을 세우는 과정이 있는데 저혈압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매일 노력해 경사를 40도에서 60도로 조금씩 늘렸는데 수술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이것을 수년 동안 반복했다”고 말했다.
참사의 고통은 장 씨의 마음도 갉아먹었다. 장 씨는 지금도 금 간 벽을 보거나 공사장 소음과 진동, 사이렌 소리를 느끼면 극심한 공포와 과호흡 증상을 겪는다. 심할 때는 손까지 말려 들어간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사고 당시 상황이 잔상으로 떠올라 극단적 선택 시도를 한 적도 여러 번이다.
■죄책감과 불안으로 가득 찬 나날  |
| 2014년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장연우 씨를 간호하는 어머니 이정연 씨. 국제신문 DB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씨를 가장 많이 괴롭힌 건 참사 당시의 고통도, 끝없이 반복되는 치료 과정의 고통도 아닌 ‘죄책감’이다. 이는 부산외대 피해생존자 중 PTSD 진단을 받은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장 씨의 간호를 도맡았던 장 씨의 어머니 이정연 씨가 몇 년 전 위암 진단을 받아 위절제술을 받은 일이 도화선이 됐다. 장 씨는 “저 때문에 엄마가 아픈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 역설적으로 엄마가 아픈 후 극단적 선택 시도는 멈췄다”며 “사는 게 지옥이지만 유가족을 생각하면 이런 마음으로 살아 있어 죄송스럽다. 뇌의 90%가 죄책감으로 채워져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장 씨의 치료비는 그동안 마우나 오션 리조트의 모회사인 코오롱MOD에서 부담했다. 이는 10년 전 이웅렬 전 회장이 치료비 전액을 끝까지 부담하겠다고한 약속을 지켜온 것이다. 그동안 장 씨는 지체장애 2급을 진단받았다. 장 씨는 매일 어머니 이 씨가 매일 대소변을 받아줄 때마다 죄송스러워 마음이 무겁다. 장 씨는 “이 회장님과의 약속이 지속적으로 지켜지리라 믿는다. 하지만 평생 통증을 겪으며 살아야하고 수시로 공항발작이 찾아와 너무 힘들다”며 “MOD 대표님과 사람대 사람으로 만나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논의하고 싶어 5년 전부터 면담을 수십 번 요청했으나 응답이 없는 상태”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부산외대는 오는 17일 마우나 리조트 참사 추모비 앞에서 10주기 추모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장 씨는 참사일이 다가올수록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참사 이후에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등 반복되는 붕괴 사고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무력감 때문이다. 장 씨는 “돈 몇 푼 아끼려고 건물을 부실하게 짓고 쌓인 눈 조차 제때 치우지 않은 어른들의 잘못 때문에 20살 친구들이 죽고 다쳤다”며 “고통받는 피해자가 여전히 많은 데 대형 붕괴사고가 반복되는 걸 보면 세상이 바뀌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안전에 관한 경각심이 잊혀져선 안되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