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행강제금 탓 무허가 개량 꺼려
- 부과 예외 추진 법개정 이끌기로
부산시가 ‘석면 도시, 부산’이라는 오명을 벗고자 부산시의회가 제안한 ‘부산형 석면 실태 조사’(국제신문 지난 6일 자 10면 보도)를 전격 실시했다. 석면 주택이 2만2000여 동이라는 통계가 있지만 무허가 주택은 대부분 집계에서 빠져 피해 대책과 예산 마련이 뒷전이라는 시의회 지적 이후 16개 구·군에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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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의 노후 슬레이트 지붕. 이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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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취재진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산시의 ‘부산형 석면 실태조사’ 계획서를 19일 확보했다. 부산 16개 구·군이 일제히 무허가 건축물을 포함한 석면 슬레이트 현황 파악에 나서는 건 이번이 최초다. 시는 2021년 실태조사를 했지만, 대부분 구·군에서 ‘석면 지붕’의 다수를 차지하는 무허가 주택을 집계에서 제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노후 석면 슬레이트를 철거하지 않고 덧씌운 사례도 실태 조사 결과에서 빠졌다. 시는 국제신문의 연이은 보도와 시의회 김형철(연제2) 의원의 지적에 따라 3년 만에 조사 기준을 대폭 강화한 ‘부산형 석면 실태조사’를 새롭게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시는 올해부터 석면 슬레이트 건축물의 소유주와 건축물의 허가 여부를 알 수 있는 건축물대장을 확인하고, 해당 건물의 덧씌움 여부까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로 했다. 또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무허가 주택을 파악하도록 현장 대조 작업을 구·군에 지시하면서 2억 원 상당의 예산을 지원한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시는 이를 토대로 석면 주거 환경 정비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환경부가 올해부터 일반가구 슬레이트 지붕 개량 사업(1호당 300만 원) 예산을 삭제해 지원이 중단될 뻔 했지만 시는 4억2000만 원을 별도 편성해 계속해서 지원하기로 했다. 또 민관협력을 통해 아동·청소년 거주 건축물의 석면 지붕 개량을 우선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는 “슬레이트에서 석면이 나와서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 우리도 잘 안다. 몰라서 슬레이트 놔두는 게 아니라 우리 같은 사람들은 철거하고 개량하는 비용도 생각해야 할 것 아니냐”는 물만골 주민의 하소연(국제신문 2023년 기획시리즈 ‘슬기로운 물만골 탐구생활’) 등을 반영한 조처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허가 건축물은 법적인 제약으로 슬레이트 지붕 개량에 어려움이 있다. 시는 지난해 4월 환경부에 무허가주택 석면 지붕을 개량할 때 이행강제금 부과를 하지 않도록 위법건축물 단속 유예를 건의했으나 환경부는 불가하다고 결정했다. 시 관계자는 “인근 주민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석면 지붕 문제를 두고만 볼 수 없어 규제 혁신을 건의했다. 그러나 건축법 위반 소지가 있고 불법건축물을 없애는 게 아닌 ‘수명 연장’이 가능해 어렵다는 답을 받아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형철 의원은 올해 상반기 중 석면 주거지 정비 지원 조례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조례안에는 석면 비산으로 주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는 지붕 수선은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서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이를 토대로 관련 법의 개정까지 이끌어 내겠다는 게 김 의원의 구상이다. 김 의원은 “상위법 충돌로 인한 어려움이 예상되나 주민 안전이 급선무다”며 “석면 지붕 수선은 건물 연면적을 넓히는 등 부당 이익과 무관하고 대체로 방치된 폐가이기 때문에 전국 최초로 추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