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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수습하며 오히려 유족에 위로받아…치유는 소통에서 시작”

정용각 부산외대 명예교수

  •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  |   입력 : 2024-02-20 18:56:41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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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사 이후 소통창구 형성 중요
- 몸이 허락할 때까지 대화할 것”

“유가족과의 소통은 제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 동안 기쁜 일 슬픈 일 주고받다 보니 가까운 친척처럼 느껴집니다.”

정용각 명예교수가 지난 15일 부산외대 추모공원에서 열린 경주 마우나 리조트 참사 10주기 추모식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20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난 부산외대 정용각(사회체육학과) 명예교수는 눈시울을 붉혔다. 정 교수는 2014년 마우나 리조트 참사 당시 부총장으로 사고대책수습본부장을 맡아 현장을 책임졌고, 이후 10년 동안 유가족과 학교를 연결하는 소통창구 역할을 맡아왔다. 정 씨는 “사고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진다는 것을 생애 처음으로 느꼈다”며 “현장에 도착하니 어디서부터 수습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고 회상했다.

정 교수는 사고를 수습하며 오히려 유가족에게 위로를 받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정 교수는 “영결식날 故 고혜륜 학생 아버지가 할말이 있다고 다가와 무슨 말씀을 할까 싶어 덜컥 겁부터 났다. 그런데 장학금을 기부하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믿기지 않아 어안이 벙벙했다”며 “사고로 소중한 자식을 잃었는데 어떤 마음으로 숭고한 결단을 내리셨을지 상상조차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정 교수는 유가족과의 소통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기게 됐다. 정 교수는 2020년 퇴임 이후에도 꾸준히 유가족과 연락을 주고 받는다. 매년 2월이 다가오면 추모식도 챙긴다. 2017년 사고 수습 백서도 정 교수의 주도로 편찬했다. 정 교수는 “선행으로 아픔을 승화한 유가족을 보며 학교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이들을 돕겠다고 마음 먹었다”며 “제 몸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이들 곁에서 진심으로 위로하고 얘기를 들어주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대규모 참사 이후 사고를 담당할 소통 전문 창구가 참사 수습 모델의 하나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유는 소통에서 시작된다는 걸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10년 동안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 순간 유가족의 상처를 보듬고 위로할 수 있었다”며 “참사 유가족이 상황을 잘 모르는 이에게 이를 처음부터 설명하는 건 고통이고 상처다. 참사 초기부터 소통을 담당하는 전문 수습 모델이 참사 수습 과정에 필수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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