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체적 책정 범위·기준 불명확
- 전혀 관련없는 사업들 다수 포함
- 직원 복지포인트까지 예산 잡아
- 시의회 “관행적 반복 개선해야”
지난해 4분기 부산지역 합계출산율이 역대 처음으로 0.5명대로 내려앉는 등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수준(국제신문 지난달 29일 자 1면 보도)에 이른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부산시의 예산 상당수가 저출산 극복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래부사 집무 재현 마당놀이 등이 저출생 사업 예산으로 잡혀 있는가 하면 일부 지자체는 직원에게 지급하는 복지포인트 예산도 저출생 관련 예산으로 책정했다.
10일 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024년 부산시 저출산·고령사회정책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693개 과제에 국비와 시비 등 4조749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바닥으로 떨어진 출산율을 끌어올리고자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과제 가운데 저출생 극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업 예산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동래부사 집무 재현 마당놀이(동래구·2000만 원) ▷여권 우송 서비스(중구·비예산) ▷사상구-순창군 청소년 교류캠프(사상구·1000만 원) ▷청년 주간(부산진구·3600만 원) ▷4차산업 대비 소프트웨어 교육(부산진구·2000만 원) 등이다. 심지어 북구는 전 직원에게 지급하는 복지포인트 예산(21억 원)을 저출산 관련 예산으로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북구의 ‘저출산 극복 예산’은 출산축하포인트 1000만 원에 불과하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은 일이 매년 관행적으로 반복되고 있음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시의 ‘저출산 시행계획’에도 ▷대학생 공모전 ▷생존수영 캠프 ▷소셜 리빙랩 등 저출생 극복과 거리가 먼 사업 예산이 관련 예산으로 책정됐다. 이는 각 구·군과 시의 실·국이 마련한 사업과 예산안을 시 소관 부서인 출산보육과가 ‘저출산 예산’의 목록과 금액을 검증 없이 단순 취합한 데 따른 것이다. 더욱이 시와 구·군 담당자들이 해당 사업이 저출생 사태 극복과 상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관련 예산 목록을 제출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잘못 책정된 시의 ‘저출산 예산’을 고스란히 보건복지부가 취합하면서 국가 전체의 ‘저출산 예산’에 거품이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이종환(강서1) 의원은 “담당자조차 해당 사업들이 저출산 극복 관련된 것이 아니라고 시인할 정도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지적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시는 저출산 관련 예산 항목의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세워 실질적인 저출산 대책 예산을 편성해 지원할 수 있도록 시의회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