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선거가 끝나면서 개원의도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등 의료 개혁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 의사 면허 처분을 당분간 유예했지만, 2000명 증원 규모에는 변함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와 의사 단체의 갈등이 지속하면서 제때 치료 받지 못하는 환자의 고통은 계속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7일 임현택 의협 신임 회장이 총파업을 언급한 것에 관해 “의사 집단이 법 위에 서겠다는 주장이다. 법을 위반한 것에 관해서는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의 노력을 하는 중이고, 정부와 당과도 ‘유연한 처분’에 관해 논의 중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르면 전날부터 시작하려고 했던 전공의 의사 면허 정지 처분을 당분간 유예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유연한 대처’를 지시하면서 다소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그러나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하는데 변화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박 차관은 “모든 과제가 논의 가능하지만, 2000명의 의사 결정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전날 임 신임 회장은 당선 후 “전공의, 의대생, 사직하는 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는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전공의 의료 현장 이탈, 의대생 동맹 휴학, 의대 교수 집단 사직 등이 이어지면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개원의도 조만간 휴진 등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의협은 오는 31일 전국 16개 시·도 회장단 회의와 비대위 회의를 열고 향후 운영 방안을 논의한다. 이런 가운데 의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 복귀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이들과 직접 만나 ‘결자해지’로 상황을 타개해 달라”며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가 조속히 병원으로 복귀할 방안을 정부가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의사 단체 갈등이 계속되면서, 제때 치료 받지 못해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지난 6일 부산에 거주하는 90대 A 씨는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심근경색 진단을 받았다. 이후 시술이 가능한 지역 대학병원에 문의했어도 전원을 하지 못했고, 결국 울산의 한 병원으로 향했지만 이틀 뒤 숨졌다. A 씨 유족은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한 탓이라고 하소연했다. 경남의 한 대학병원에서도 폐렴 증상을 보인 한 환자가 흉부에 물이 차 관 삽입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가 최근 다시 비슷한 증상을 보여 입원하려고 했지만, 의료진 부족으로 인근 일반 병원으로 입원해야만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의협 새 당선자는 5000만 국민의 생명을 팽개치고, 14만 의사 기득권만 지키겠다는 것인가. 의사의 집단 진료 거부로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를 챙기겠다는 약속은 없고,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해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없다. 의사는 환영할지 모르나 국민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임현택 신임 대한의사협회장이 26일 열린 의협 회장 결선 투표에서 당선된 후 당선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