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조계 “형벌 실효성 높여야”
최근 부산법원종합청사의 형사법정에서는 투자 수익금을 주겠다며 여러 명에게 거액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선고공판이 열렸다. 주범은 징역형 나머지는 가담 정도에 따라 징역형의 집행유예 혹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벌금형을 받은 피고인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큰 한숨을 내쉬었고, 벌금형보다 더 높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이들은 담담한 표정이지만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법원이 더 엄중한 죗값을 물었는데도 징역형이 집행유예된 피고인들의 표정이 밝은 이유는 바로 당장의 금전적 문제 때문이다. 벌금은 경제적인 지출이 불가피하지만 집행유예는 일정기간 잘못을 하지 않으면 금전적 지출이 없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인사 조치가 되는 공직자나 대기업 회사원 등과는 달리 자영업자 등은 대부분 자신의 범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벌금보다는 그보다 높은 집행유예가 나오길 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벌금형보다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이끌어낸 변호사가 오히려 ‘능력자’로 인식되기도 한다. A 변호사는 “징역형이 예상되던 사건의 피고인이 벌금형을 선고받고 좋아할 줄 알았는데, 왜 집행유예가 나오지 않았느냐고 따지더라”며 “이에 ‘집행유예는 징역형이 전제가 돼야 하는데, 그러다가 실형이 선고되면 어떻게 할 거냐. 벌금형이 나온 것을 다행으로 알라’고 한참을 설명했다”고 털어놨다.
우리 형벌은 벌금형→자격 정지·상실→금고→유기징역→무기징역→사형 순으로 무거워진다. 법원은 이 가운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범위 내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 집행유예는 당장 실형이나 벌금은 없지만 유예기간은 물론 유예기간이 지난 이후 법정에 다시 서게 될 경우 상당한 불이익을 받는다.
법관 출신인 법무법인 청률의 정영태 대표변호사는 “피고인들은 물론 일반 국민이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갖는 형벌의 차이나 무게를 다소 오해하는 측면이 있다. 집행유예는 엄연히 징역형으로, 무죄가 아니다”며 “이 같은 국민의 법 감정과 인식을 감안할 때 형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유럽처럼 경제적 사정에 비례한 벌금형의 선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법원이 경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