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교 출신 첫 총장 주변 기대 커
- 거창대·남해대와 통합방안 논의
- 창원형 고등과학원 전환 인재 양성

“교육 예산을 따내기 위해 눈가리개 식으로 정부 입맛에 맞추며 변화하는 척 시늉만 한다면 국립창원대의 10년 후 미래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조직 성격과 구조를 뜯어고쳐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는 대변화를 이뤄야 합니다.”

박민원 국립창원대학교 총장이 학교 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창원대 제공

박민원 국립창원대 신임 총장이 최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지방대학 위기 타개 방안이다. 지난해 8월 제9대 총장 임용후보자 선거에서 과반인 52.3％를 득표한 그는 최근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를 거쳐 오는 2028년 2월 25일까지 4년간 창원대를 이끌게 됐다.

1988년도 전기공학과에 입학해 2005년 교수로 임용된 모교 출신 첫 총장인 터라 학교 안팎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감이 남다르다. 박 총장은 이에 부응하듯 숙고 끝에 마련한 ‘대학 혁신 3단계’를 취임과 함께 제시했다.

박 총장은 1단계로 경남 전체를 아우르는 고등교육 대통합 벨트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그가 최근 거창대 남해대 등 도립대 2곳을 방문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각 대학에서 창원대와의 통합 방안을 논의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박 총장은 “이들 학교는 군 지역에 있기에 입학생 수보다 지역에서 생활하는 청년인구 수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1년 중 방학을 맞는 6개월은 공백이 발생한다. 창원대가 이를 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학 기간 이들 학교의 빈 건물을 어학 집중화 시설로 활용하거나 2년제 과정에서 학사학위를 받는 심화교육과정을 개발해 4년제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총장은 2단계로 창원대를 학문 다양성이 보장되는 ‘창원형 고등과학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난양공대를 롤모델로 삼아 사회가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게 핵심이다. 1970년대 한국과기원을 모델로 한 난양공대는 세계적 공과대학으로 성장한 바 있다. 그는 세부 방안으로 지역 유수 기업은 물론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 등 정부 출연 기관과 협업할 계획을 세웠다. 또 국회 입법화를 통해 지원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박 총장은 이 과정에서 찬반 의견을 묻는 등 민주적인 방식으로 학내 구성원의 힘을 모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마지막 3단계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하에서 미국형 주립대 형식으로 지역 내 대학들을 연합 형태로 통합하는 것”이라며 “각 대학이 동일한 이사회의 감독 아래에 있지만, 교직원 임용 등이 각기 다른 대학교처럼 운영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박 총장은 이런 장기 계획을 기반으로 교육부가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지정에도 다시 도전한다. 창원대는 지난 22일 지역 내 다른 4개 대학과 함께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박 총장은 지역사회와의 소통도 빼놓지 않고 강조했다. 그는 “창원대 목표를 학생과 학교, 나아가 지역사회 유지에 두면 시민이 요구하는 국립대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풀어낼 수 있다”며 “최근 400억 원 규모의 경남 최대 복합 문화시설을 유치한 것도 같은 이유이다. 인문·사회·예술학과 학생들이 시민과 함께 공연하고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임기 기간 ‘위교헌신총장본분(衛校獻身總長本分)’의 마음으로 헌신하겠다고 약속했다. 지킬 위(衛) 자를 사용해 ‘총장으로서 학교를 지키기 위해 몸을 바치겠다’는 의미다. 박 총장은 “국립대인 창원대가 변하지 못하면 경남지역 소멸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변화를 잘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