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제대로 된 안전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바다에 떨어진 가방을 찾으러 나선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인다. 경찰은 낙심할 관광객을 위한 활동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최근 채 상병 사건 등 재난·위기 관리에 나선 작업자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부산 수영구 민락동 해안산책로에서 외국인이 떨어뜨린 가방을 수거하기 위해 경찰이 로프 하나에 의지해 옹벽 밑으로 내려갔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경찰청은 지난달 29일 오후 수영구 민락동 해안산책로에서 외국인이 실수로 옹벽 밑으로 떨어트린 가방을 수거해 인계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몽골인 관광객 A 씨는 난간에 기대 바다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다 A 씨가 매고 있던 명품 가방이 그의 어깨에서 흘러내려 바닷가 옹벽 밑으로 떨어졌고, A 씨는 112를 통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가방에는 300만 원상당의 현금도 들어 있었다. 출동한 경찰관 6명은 순찰차에 보관하고 있던 로프를 이용해 직접 옹벽 밑으로 내려가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기 직전상태였던 가방을 수거했다. 로프의 한쪽을 난간에 묶어 고정시킨 후 남은 줄을 2명의 경찰관이 붙들고 있는 사이, 한 경찰관은 장갑을 낀 채 반대쪽 줄을 잡고 옹벽을 타고 내려갔다. 나머지 인원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옆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작업에 나선 경찰관이 로프 하나에만 의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경찰이 제공한 사진을 보면 당시 출동한 경찰관이 내려간 옹벽 아래에는 곳곳에 바위가 있어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로프를 몸에 감는 장치도 없었고, 추가로 설치된 안전장치도 없었다.

　당시 상황도 문제다. 누군가가 크게 다치거나 생명이 위급한 상황도 아니었을 뿐더러, 긴급히 피의자를 체포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단순히 외국인이 떨어트린 가방을 주워주기 위해 경찰관이 이처럼 위험을 감당할 이유가 있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안전 장비와 함께 매뉴얼도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최종술 교수는 “경찰의 안전장비가 여전히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뿐더러 실제 위험을 감수하고 나서야 할 사건인지 판단할 수 있는 교육이 부족하다”며 “범죄 대처 매뉴얼처럼 위험과 관련한 안전 매뉴얼과 함께 장비도 충분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