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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49> ‘기회의 학숙’ 유판수 학숙장

지역사회 공헌할 배움의 場…언론인 때부터 사회변혁 꿈꿔

  • 고영삼 인생이모작포럼 공동대표
  •  |   입력 : 2024-04-16 19:25:03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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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MBC ‘자갈치 아지매’ 기획
- 해외 다니며 사회기여문화 영감
- 韓 부익부빈익빈 악순환 해소 꿈
- 사회복지협의회 꾸리는 등 활동

- 1997년 평생교육기관 학숙 설립
- 자원봉사 지도자·사회변혁가 양성
- APEC봉사단 다양한 나눔실천해
- 호스피스 교육과 해외파견봉사도


◇ 유판수의 이모작 귀띔

젊은 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일으키는 사회변혁가가 되어보라. 청장년기 때보다 더 원숙하고 창조적인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유판수 학숙장이 자원봉사 중간 지도자 양성 과정에서 ‘자원봉사 이론과 실제’를 강의하고 있다.
사람들 머릿속에는 늘 먹고 살 걱정만 가득 차 있다. 아주 길게 사는 시대인데 돈 없으면 사람 구실 하기가 힘들기 때문일 것. 그러기에 은퇴를 앞두면 다시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심한다. 그런데 부산에는 완전히 다르게 사는 이가 있다. 그는 ‘지역사회의 올바른 변화’에 두 번째 인생을 걸었다. 올해 27년째. 그동안 세상은 많이도 변화됐지만 그는 여전하다. 한결같은 맘으로 부산이 더 살 만한 도시가 되도록 소프트파워를 구축해 왔다. 바로 ‘기회의 학숙’ (www.itifo.org) 설립자인 유판수(85) 학숙장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동구 범일동에 있는 사무실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이곳을 소개해 주세요.

▶‘기회의 학숙’은 개인의 잠재력과 재능을 스스로 더 개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그러한 자기 계발을 통해 지역사회와 공생 발전하는 기회를 부여하는 평생교육기관입니다.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부산MBC PD출신인 유판수 학숙장은 사회변혁을 일으켜 온 지도자다.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또한 시인 수필가이며 소설을 습작하는 시대의 문인이다.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기를 몹시 꺼리는 까닭에 인터뷰 때까지 공을 좀 들여 정희숙 총무이사, 고윤미 연구원과 함께 앉았다.



-요즘 기회의 학숙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요즘은 자원봉사 중간 지도자 양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가 잘 되기 위해서는 지도자층이 튼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엄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6개월 기본과정을 교육시키고 수료 후에는 청소년 인성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연계합니다. 또한 다양한 상급자 과정을 운영합니다. 학숙에서는 또한 여러 방식으로 소외계층 돕기 활동도 합니다. 특히 ‘부산의 3산’으로 일컬어지는 성산 장기려, 백산 안희재, 요산 김정한 같은 선각자를 알리고 기리는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언제 어떤 목적으로 학숙을 설립하셨나요?

▶1997년 설립했습니다. 우리들이 살고 싶은 미래를 상상하고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문 지식을 쌓음과 함께 건강한 가치관의 변화를 일깨워야 합니다. 우리는 개인들에게 이를 지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생의 기회를 재창출하게 돕는 것이 목적입니다.

-왜 이러한 단체가 필요했나요?

▶설립 당시 한국은 경제위기를 맞아 매우 힘들었는데 더구나 1970년대 이후 고속 경제성장 과정에서 부작용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빈부격차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가 본격화됐어요. 저는 우리 공동체가 놓치고 있지만 가치 있는 일들을 되찾아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먼저 사회변혁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장에서 퇴직한 후 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어떤 일을 하셨기에 그런 필요성을 생각하셨을까요?

유판수 학숙장이 부산MBC에서 PD로 활동하던 시절 ‘영남 4사 MBC PD 회의’에 참가한 뒤 기념으로 찍은 사진.
▶저는 젊은 시절 부산MBC에서 PD로 활동했습니다. 잘 아시는 방송프로그램인 ‘자갈치아지매’를 기획해 10년 이상 직접 운영한 바 있고, 편성국장을 거쳐 방송국 기획이사급까지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재직 시절 미국 웨스틴 버지니아 대학에 방문 교수로 간 일이 있어요. 그때 우연히 피터 쿠퍼(P. Cooper)란 분의 생애를 알게 됐지요. 가난해 초등학교를 중퇴했으나 경제적 성공 후 등록금 전액 무료인 쿠퍼 유니온 대학을 설립하는 등 미국을 변화시킨 분이죠. 또한 미국인들은 두 명 중에서 한 명은 자원봉사 활동을 하더군요. 그들의 사회기여 문화가 미국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음을 깨닫고 감명을 많이 받았지요.

-그랬군요.

▶그때만이 아닙니다. 방송국 은퇴를 앞두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구상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했죠. 그중에서 연수를 갔던 일본 마쓰시다 정경숙(松下政經塾)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곳은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쯔시다 고노스케 회장이 84세에 설립한 곳입니다. 학위 강의실 교수가 없는 3무 교육경영을 하며 일본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을 일으킨 곳이죠. 일본에는 이곳 출신이 정계나 재계에 많이 포진해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킬 사회혁신가를 지원하는 빌 드레이튼(B. Drayton)으로부터도 많이 배웠습니다. 이분은 ‘사회적 기업가’라는 용어를 만들고 아쇼카(Ashoka) 재단을 설립한 분이죠. 이러한 사례를 접하며 나도 사회변혁의 일에 평생을 걸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유 학숙장은 그때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보다는 인문학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한 얼 쇼리스(E. Shorris)가 만든 클레멘트 코스(Clemente Course)도 살폈다고 한다. 그런데 위인이 범인과 다른 것은 시대를 읽는 눈도 눈이지만 몸을 던지는 실천력이다. 그는 어떻게 했을까?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아시아 리더십 트레이닝 센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극빈자 문제와 자원봉사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부산사회복지협의회를 창립했죠. 그리고 미국에서 돌아온 즉시 한국자원봉사연합회도 결성했지요. 그 과정에 ‘나의 성장과 발전은 타인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철학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일본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있지요?

▶설립 초부터 시코쿠 정경숙(四國政經塾)과 자매결연을 했지요. 오와다 요시오(大和田良夫) 숙두와는 지금도 호형호제합니다. 한일 간에는 정치와 다르게 민간교류가 지속돼야 하기에 의기투합하고 있습니다. 시코쿠가 정치 경제인을 양성하는 엘리트 양성기관이라면, 우리는 풀뿌리처럼 낮은 곳에서부터 봉사지도자를 양성하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설립 후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학숙은 부산시에 등록된 법인으로 2003년 문화관광부로부터 문화학교로 지정됐습니다. 지금까지 지도자 양성 기본과정을 46기, 상급 과정을 36기까지 운영하는 등 교육생을 총 1500여 명 배출했습니다. 등록된 강사 만해도 200명이 넘습니다. 그 외 한일 청소년 교류 홈스테이, 호스피스 교육, 도슨트 교육 등도 실시했습니다. 2004년에는 ‘RIDE BUSAN’을 결성해 인도 등 해외 지원활동을 했고, ‘APEC봉사단’과 ‘하늘지붕 집수리 봉사단’을 결성해 나눔을 실천해 왔습니다. 2006년부터 ‘캄보디아 희망회복운동’을 시작해 코로나 전염병 이전까지 15년간 23회를 현지 방문해 자전거도 공급해 주고 집을 지어주거나 우물을 파주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지요?

▶명칭을 학숙이라고 하다 보니 친일파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애초 재정을 후원하기로 했던 분이 별세하시어 모든 계획이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부산경상대학교 재단이 현재 이 공간을 수십 년 무상으로 지원해 주시어 이 일도 가능합니다. 무척 감사한 일입니다. 허성회 이사장님을 비롯해 설립 때부터 함께한 우리 이사진들의 신념은 저보다 더 단단하셔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로서 연대감을 느낍니다.



돈키호테 얼간이 꿈을 먹고 사는 벌레 등 그에겐 이상한 별명이 많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것은 캄보디아 프놈펜 봉사 현장에서 만난 퇴직자나 여행자들이 몇 달씩 머무르며 하는 봉사활동을 떠올리며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변화에 대처하는 역량을 내재화하는데 학숙이 기여하기를 바랄 뿐이다.



-인생이모작기의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저는 이제 젊은 시절의 방송국 재직 기간과 퇴직 후 활동을 한 기간이 거의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이 일을 시작할 때 주위의 만류도 많았고 퇴직 후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사회를 변혁시킬 인재 양성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지향한다는 열망으로 살아왔습니다. 퇴직은 인생을 정리할 때가 아닙니다. 영어단어인 ‘retire’에서 보듯이 타이어를 바꿔 끼우고 다시 달리는 시작점입니다. 원숙한 경험을 바탕으로 청장년기와는 또 다른 유형의 창조적 공헌을 할 수 있는 출발점인 거죠. 불안과 모순 갈등이 너무 많은 이 세상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꿈이 있는 사회, 아름다운 이야기가 피어나는 세상을 만드는데 함께 하기를 권해 봅니다.



사람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과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전자의 사람들은 남의 이익을 뺏을 생각을 한다. 그러나 가치를 추구하는 이는 파이를 키운다. 누군가의 주머니를 비게 하기보다는 누군가의 주머니를 채워 공존을 도모한다. 유판수 학숙장은 후자다. 그의 27년 인생이모작은 남을 돕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세월이었다. 사회학자 달렌도르프(R. Dahrendorf) 식으로 보자면 사람들이 더 다양한 삶의 기회를 즐길 수 있도록 도우면서 결속력도 증진시켜 왔다. 부산에 이렇게 존경할 만한 원로가 계시니 참으로 가슴 벅차다.

※특별후원: BNK 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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