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영진 16명 중 성인은 3명뿐
- 실제 돈 건 98명 대부분 학생들
- 부산경찰청, 1명 구속·수익 환수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온라인메신저 ‘디스코드’를 기반으로 운영된 도박서버의 운영자와 이용자가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찰 수사 결과 1500여 명이 속한 이 도박서버 운영 총책은 중학생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도박장소 개설·도박 혐의 등으로 114명을 검거하고 이중 성인 운영자 1명을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억1300만 원을 송금받아 이용자들에게 ‘룰렛’ ‘바카라’ 등 도박에 베팅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주범 16명 중 운영계좌를 제공하고 충·환전 등을 관리한 성인 3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13명은 모두 중·고등학생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자 98명 중에는 초등학생 6학년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도박 서버는 중학생 A 군과 고등학생 B 군이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친분을 쌓은 뒤 본격적으로 도박 서버 운영을 시작했다. 디스코드 메신저 안에 서버를 설치하고 자신들이 직접 제작한 도박 프로그램을 연계했다. 특정 명령어만 채팅창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도박이 진행되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1만 원을 걸고 ‘바카라’게임을 하고 싶다는 명령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도박의 결과가 노출되고, 자체 데이터베이스에 결과가 저장되면서 미리 충전된 게임머니에 반영되는 방식이다.
A·B 군은 디스코드를 이용해 범행을 함께할 이들을 고용하기도 했다. 이들 역시 대부분 중·고등학생이었며 서버 개발·채팅 관리 등 업무를 맡았다. 1명 당 5만~10만 원(일당)에서 30만 원(주급) 정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했기 때문에 실제 베팅 금액은 100원에서 30만 원 정도의 소액이 대부분이었다. 주이용자인 학생들이 학교에 있어야 하는 낮 시간에는 도박 건수가 현저히 떨어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에 검거된 이용자 중에는 초등학생도 1명 포함되어 있었다. 한 이용자의 아버지는 “아이가 밤새 도박을 하느라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할 정도였다. 격리가 중요하다는 의료진 판단에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킨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3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수사 의뢰를 받아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성인 총책과 A 군에게서 각각 600만 원과 1500만 원 상당의 수익을 환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A 군은 수사가 시작되자 관련 내용을 공범과 공유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며 “청소년이라고 보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게 도박서버를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제도개선을 관계기관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