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소년에서 9살 초등학생까지’.

청소년 사이버도박이 위험 수위를 넘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호기심이 강한 세대인 청소년들이 ‘사이버’라는 친숙한 공간을 통해 손쉽게 도박에 빠져 들면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청소년 사이버도박 특별단속(2023년 9월 25일∼지난달 31일)을 벌여 5000억 규모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 7명을 구속하고, 98명을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울산청은 이번 단속에 적발된 청소년만 296명이라고 덧붙였다.

구속된 A 씨 일당은 2022년 9월께부터 최근까지 해외에 서버를 둔 도박사이트 20개(총 5000억 원 규모)를 운영하면서 ‘대포통장’을 이용해 자금 세탁 등을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 등이 만든 사이트에는 청소년(중학생 35명, 고등학생 261명)들이 접속해 도박했다.

경찰은 도박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학생은 훈방(241명)이나 즉결심판(54명) 처분했다. 600만 원을 건 고등학생 1명은 검찰에 송치했다. 또 해당 도박사이트 5개를 차단하고,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이 벌어들인 범죄수익금 65억600만 원을 추징 보전했다.

앞서 부산청 사이버수사대도 청소년 2명이 성인과 함께 도박사이트를 개설한 사건을 수사해 16명(구속 1명)을 검거하고, 청소년 도박 행위자 96명을 적발했다. 이들이 송금받은 도박 자금은 2억1300만 원에 달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전국 18개 시·도청이 이번 특별단속기간 동안 검거한 사이버도박사범은 청소년 1035명을 포함해 총 2925명이다. 이 중 성인 75명을 구속했고, 범죄수익 총 619억 원을 환수했다.

청소년 검거 인원의 대다수는 ‘도박 행위자’(1012명)로 전체의 97.8%를 차지했다. 그 외에는 ‘도박사이트 운영’ 12명, ‘도박사이트 광고’ 6명, 대포물건 제공 5명이었다. 연령별로 구분하면 고등학생이 798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 228명, 대학생 7명이었다. 초등학생도 2명 포함됐는데, 최저 연령은 1만 원을 걸고 도박한 9세였다.

연령대별 도박사이트 유입 경로를 보면 중고등학생은 ‘친구 소개’가 가장 많았다. 초등학생을 포함해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을 유인하는 주요 수단은 ‘스마트폰 문자메시지’였으며 온라인 사이트 광고, SNS 광고 등에 현혹된 사례도 있었다.

청소년 도박 유형은 바카라(434명·41.9%)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스포츠도박(205명·19.8%), 카지노(177명·17.1%), 파워볼·슬롯머신(152명·14.7%), 캐주얼게임(67명·6.5%)이 뒤를 이었다.

청소년 사이버도박이 확산하는 이유는 실명 명의 계좌나 문화상품권만 있으면 간단한 회원 가입 후 도박 자금을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단속에서 청소년 명의 금융계좌 1000여 개가 도박자금 관리 등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동건 울산사이버수사대장은 “청소년들이 도박을 게임이라고 잘못 인식하는 것과 손쉽게 노출되고, 빠져 들 수 있는 환경이 문제”라며 “가정·학교·인터넷사업자·지역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야한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