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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돌아간 죄책감…당국 통학로 안전개선 의지 안 보여”

故 황예서 양 잃은 부친의 1년

  • 조성우 기자 holycow@kookje.co.kr
  •  |   입력 : 2024-04-28 20:09:22
  •  |   본지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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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밥 먹고 잠 잘 수 있지만
- 지금 죽으면 딸 볼 수 있을까
- 매일 생각하며 슬픔에 잠겨요
- 같은 아픔 유가족 위로 큰 힘

- 사고지점 말고는 일반 울타리
- 언론 등 지속적 관심 기울여야
- 심리상담 치료도 자비로 부담

“딸을 떠나보낸 지 어느덧 1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일을 합니다. 그렇다고 슬픔의 깊이가 달라졌는진 잘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다른 것도 아니고 학교를 가다가 학교 앞에서 우리 아이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사고는 더이상 없어야 합니다.”

고 황예서 양의 아버지가 영도 청동초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26일 국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성우 기자
지난해 4월 28일 부산 영도구 청동초 참사에서 숨진 3학년 황예서(10) 양의 아버지는 지난 26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년 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를 학교로 보낸 그날 이후로 황 씨의 일상은 송두리째 변했다. 딸을 떠나보낸 뒤에는 멀쩡히 잠을 잘 수도, 식사할 수도 없었다. 몸무게는 50㎏까지 빠져 걸음을 걷기도 힘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터져 나오는 울음은 주체하기 힘들 정도였다. 황 씨에게 고통은 일상이었다. 그는 “숨 쉰다고 다 살아있는 건 아니라는 걸 느낀다”며 “습관처럼 ‘지금 죽으면 예서를 볼 수 있을까’ 생각한다. 어느덧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에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딸 예서는 조용한 집안에 생기를 불어넣는 고운 막내였다. 하루종일 집 곳곳을 쏘다니며 가족에게 애교를 부렸다. 잠자리에 들 때면 늘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귀한 막내였던 만큼 황 씨는 사고라도 날까 예서를 그 흔한 현장체험학습 한번 보내지 않았다. 황 씨는 많은 위로를 받았지만, 무엇 하나 진정 마음에 닿는 말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10일 경기 수원 한 스쿨존에서 시내버스에 목숨을 잃은 조은결(8) 군의 아버지와 연이 닿아 서로를 위로했다.

황 씨는 당국의 통학로 개선책이 안일하고 미흡하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사고 지점 말고는 차량용 방호울타리가 아닌 일반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며 “부산시는 사고 이후 안전대책을 발표했는데, 부산시장은 사고가 난 청동초가 아닌 청학초에 가서 방호용 울타리를 흔들더라. 사고 이후 시교육청에서 열린 현안 간담회에서 국회의원과 교육감, 경찰청 관계자들은 손하트를 한 채 웃으면서 단체 사진을 찍었던 것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당국의 개선책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황 씨는 심리 상담도 개인 비용으로 받는다. 심지어 자식을 잃은 사고 영상을 보기 위해 구에 열람 수수료까지 지불했다. 그는 “사고 당시 기사 댓글 중 ‘네가 못 사는 동네에서 애를 키우니 그렇게 당하는 거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슬프게도 공감이 됐다”며 “부산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아이를 낳지 말라고 말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사고 당시 청동초 교직원과 학생들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예서와 함께 등굣길 사고를 당해 다친 A 양의 학부모는 “처음엔 아이가 (예서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언니를 찾았고, 충격이 너무 커 혼자서는 등교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같은 청동초 학생들 중 일부는 불안증상과 불면증에 단기적으로 약 처방까지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직후 아이들의 치료를 맡았던 해동병원 권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부장은 “최근 사고 당시 교통지도 자원봉사를 하던 70대 어르신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증세를 보이며 병원을 찾아왔다”며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다 이제서야 병원에 온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선 사고를 상징화해 추모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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