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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사정 있다고…아이들 ‘생명 펜스’ 없애자니요

부산 신남초 차량 방호용 펜스

  • 박수빈 기자 sue922@kookje.co.kr, 조성우 기자
  •  |   입력 : 2024-05-06 19:44:33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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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차하고 납품 어려워”
-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 민원 계획
- 성천초는 설치 사업 아예 무산
- 좁고 경사진 아미초 인근도 전무

부산 영도구 청동초 참사 1주기를 맞았지만 부산지역 곳곳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의 안전 대책이 민원에 밀려 방치된다. 스쿨존 내 안전시설이 생기면 영업이 불편하다는 상인의 주장에 안전펜스 설치는 요원한 현장이 수두룩하다.
부산 서구 아미초등학교 앞 급경사에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의 좁은 보도 옆으로 안전펜스가 하나도 설치돼 있지 않다. 오른쪽 사진은 남구 성천초 앞 스쿨존에 불법 주정차된 자동차들. 김동하 이원준 기자
6일 오전 사하구 신남초 정문에서 200m가량 떨어진 상가건물. 사하구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지난해 7월 음식점에 납품할 주류를 상·하차하던 트럭이 급경사에서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스쿨존 인근에서 작업을 하다 어망원사가 굴러떨어진 청동초 참사와 유사한 일이 벌어질 뻔한 곳이다. 당시 트럭은 설치되어 있던 안전펜스를 부수고 보도를 덮치면서 길을 지나던 초등생 1명이 사고를 당할 뻔한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고 이후 사하구는 이 지역에 차량 방호용 펜스를 설치했지만, 상인들의 불만은 커져가는 상황이다. 한 상인은 “펜스 때문에 트럭을 길가에 잠시 대고 물건을 납품받기 어려워졌다. 이곳 상인들은 하나같이 불편을 호소한다”며 “구청에 민원을 넣을 계획이다. 펜스 중간에 구멍이라도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구 성천초 앞 인근 차도에도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 있지만, 정작 300m가 넘는 보도 어디에도 안전펜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애초 남구는 이곳에 안전펜스를 설치하려 했으나, 상가 상인의 반대로 사업이 무산됐다. 가게에 납품할 물건을 상·하차 하기 위해 정차해 둔 차량이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아이들이 다니는 보도로 직행할 우려가 있었다. 게다가 학교 앞 큰 도로의 5개 차로 중 2개 차로가 공사현장 관계자 등의 차량을 위한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실정이다. 횡단보도 1개는 주차장에 가로막혀 이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연제구 거제동 레이카운티 아파트(4470세대) 3~5단지 아이들이 다니는 거제초 역시 상인 반발로 스쿨존에 ‘이 빠진 펜스’가 들어섰다. 결국 통학버스 승·하차부지부터 약 300m 떨어진 곳까지 안전펜스는 하나도 설치되지 않았다.

급경사지로 유명한 서구 아미초 스쿨존의 200m가량 보도에도 안전펜스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후문 아래쪽 통학로에도 ‘ㄷ’자를 엎어놓은 형태의 쇠구조물이 보·차도를 구분하고 있을 뿐이었다. 후문 위쪽 통학로엔 이러한 구조물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도로가 좁아 마주오는 차량 2대가 동시에 지나면 골목 가장자리에 붙어 이동하는 보행자의 옷깃을 스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민원에 밀린 통학로 대책에 분통을 터뜨렸다.신남초 학부모 박모 씨는 “이미 청동초 참사와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 뻔 했는데도 안전펜스를 치워달라는 민원을 넣는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며 “아이들 안전이 위협받는 곳이라는 걸 알면 어느 학부모가 상가를 이용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부산참보육부모연대 안진경 대표는 “어린이들은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져 각종 안전사고에 취약하기 때문에 스쿨존에는 보호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스쿨존은 아이들 안전이 1순위로 지켜져야 하는 곳인 만큼 민원 때문에 안전시설 도입이 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이해관계자와 절충안을 찾는 한이 있더라도 안전시설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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