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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48> 육서에서 삼서로 ; 상형 회의 형성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4-05-19 19:29:0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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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년제 신구대 사진과 다닐 때 편입학으로 4년제 대학에 가려고 했다. 시험과목 중 영어와 국어가 있었다. 영어는 중학교 때부터 잘했다. 국어가 문제였다. 국어 실력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

이 질문에 한글세대인 나는 한자를 제대로 공부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 최고의 기특한 생각이었다. 종로에 있는 한자 학원에 다니며 한자 원리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일기 쓸 때 한자어는 사전을 찾아서라도 한자로 썼다. 한자 실력이 늘며 나날이 국어 실력이 늘었다. 덕분에 국어 시험을 잘 치며 신구대를 졸업한 후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2학년으로 편입학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한자를 놓지 않았다. 어떤 한자어가 무슨 한자를 쓰는지 알아 갔다. 날마다 점점점 한자 실력이 붙었다. 덕분이었는지 광고회사 다닐 때 직장 동료들로부터 크리에이티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다 광고홍보학과 교수가 됐다.

한자에 관한 나의 선 체험을 제자들에게 전수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자와 창의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교양과목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한자사고학이라는 학문을 만들며 관련 논문을 세 편이나 썼다.

네 번째 논문의 가제목은 ‘국어 소통력 강화를 위한 삼서 구분공식’이다. ①상형(象形) ②지사(指事) ③회의(會意) ④형성(形聲) ⑤가차(假借) ⑥전주(轉注)가 육서(六書)다. 지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한자는 수만 개에 달하는 한자에서 매우 지극히 적다. 필자가 알고 있는 지사자라고 해봐야 10개도 안 될 거 같다. 위 상(上), 아래 하(下), 뿌리 본(本), 끝 말(末)…. 더 이상 떠오르는 게 없다. 또한 지사자는 상형자에 포함해도 되니 빼도 무방하다. 가차와 전주는 이미 만들어진 한자를 활용하는 방식이기에 빼도 무방하다.

그렇게 지사 가차 전주를 빼니 남는 게 상형 회의 형성이다. 이를 삼서(三書)라 불러도 되겠다. ①상형자는 코끼리(象) 모양(形)을 그린 코끼리 상(象) 자가 만들어지듯이 어떤 모양을 그린 가장 원시적인 한자다. A라는 모양(shape)이 그대로 A라는 의미(meaning)와 발음(pronunciation)의 한자가 되는 것이다(As → Amp). 문을 그린 문(門)이 상형자인 것이다.

②회의자는 각각의 의미와 발음을 가진 A와 B, 두 개의 한자가 만나 두 개의 의미가 어우러져 전혀 다른 의미와 발음의 한자가 되는 것이다(Amp+Bmp → Cmp). 문(門) 틈에 사람(人)이 있으니 번쩍엿볼 섬(閃), 문(門)을 나무(木)로 막아 일없는 한가할 한(閑)이 회의자이다.

③형성자는 각각의 의미와 발음을 가진 A와 B, 두 개의 한자가 만나 A 한자에서는 의미를 취하고 B 한자에서는 발음을 취하여 B와 같거나 비슷한 발음의 한자가 되는 것이다(Amp+Bmp → B’mp). 입 구(口)와 문(門)이 만난 물을 문(問), 귀(耳)와 만난 들을 문(聞)이 형성자이다.

어떤 한자가 상형 회의 형성 중 무엇에 따라 이루어진 한자인지 삼서 구분공식에 의해 헤아리면 그 한자가 왜 그런 의미와 발음을 지닌 한자인지 알게 된다. 한자를 무작정 외우지 않게 된다. 다만 어떤 한자가 삼서 중 딱 무어라고 규정할 순 없다. 상형자일 수도, 회의자일 수도, 형성자일 수도 있다.

삼서를 통해 두루뭉술하면서도 생기발랄한 한자의 세계를 돌아다니면 한자로 얽히고설킨 머릿속 연결망이 촘촘해져 머리가 좋아진다. 한자로 이루어진 국어 낱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게 돼 국어력이 탄탄해진다. 이해력 사고력 창의력이 강화된다. 필자가 체험해 보니까 확실히 그랬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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