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운노조의 고질적 채용 비리가 검찰 수사를 통해 또다시 드러났다. 이번 수사를 통해 상임부위원장 2명 등 간부를 비롯해 조합원 73명이 기소됐는데, 채용·승진 대가로 기소된 이들이 받은 청탁금은 무려 27억 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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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항. 국제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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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검 반부패수사부(김익수 부장검사)는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부산항운노조 채용 비리 혐의를 수사한 결과를 27일 발표하고, 배임수재 등 혐의로 상임부위원장 2명과 지부장 3명 등 15명을 구속기소하고, 58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에서 검찰이 부정한 청탁 수수금으로 특정한 금액은 27억 원으로, 이는 역대 부산항운노조 채용 등 비리 검찰 수사 중 최고액이다.
검찰에 따르면 지부장 A 씨는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 사이 전임자·반장 등과 공모해 정조합원 채용 대가 등으로 모두 7억45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 등)로 기소됐다. A 씨는 청탁으로 받은 돈 중 1억4000만 원을 친인척에게 현금으로 건넨 뒤 계좌로 돌려받아 세탁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있다. 반장 B 씨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정조합원 취업과 반장 승진 등을 약속하며 10억7169만 원을 취득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구속기소됐다. 노조 신협 간부 C 씨는 지부장과 공모해 승진 대가로 1억5400만 원을 받거나 부당 신용대출 등으로 약 1억 원을 횡령하고, 해외불법도박에 4억6954만 원 상당을 쓴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이 밖에 1억 원을 수수한 상임부위원장 D 씨와 2억 원을 수수한 지부장 E 씨 등이 줄줄이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거나 재판을 받는다.
이번 수사에서는 금품 수수자가 공여자의 통장·체크카드와 비밀번호가 기재된 백지 출금 전표를 받아서 청탁금을 챙기는 신종 범죄 수법도 드러났다.
6개 집행부와 24개 지부로 이뤄진 부산항운노조는 취업 후 노조에 가입하는 유니언 숍이 아닌 노조에 가입해야 취업할 수 있는 클로즈드 숍으로 운영된다. 조합원 등록은 지부장 추천과 위원장 승인을 통해 가능하며 위원장·지부장이 정규직 채용 추천권을 보유한다. 더불어 반장은 지부장의 추천으로 위원장이 임명하고, 조장은 지부장이 임명하는 등 승진 결정에 있어 상급자가 전적인 권한을 보유하는 등의 시스템으로 채용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검찰은 2005년(50명 기소, 청탁 수수금 11억 원)과 2019년(31명 기소, 청탁 수수금 10억 원) 노조를 대상으로 채용 비리를 수사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24개 지부 중 5부두와 신선대 등 비리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5개 지부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부산항운노조는 이번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 3월 노·사·정 협약을 통해 46년간 독점적으로 행사해오던 채용 추천권을 포기하는 등 제도 개선책을 내놓았다. 항만 인력 지부장 추천제를 폐지함과 동시에 비항만 인력도 제3기관에 위탁해 선발함으로써 채용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승진과 관련해서는 위원장이 지부장을 지명하는 대신 대의원 중 지부장이 임명되도록 하고, 지부장 추천자를 반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폐지하도록 했다.
부산지검은 “이번 수사에서 고위 간부의 채용 추천권이 여전히 ‘인사장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고질적인 채용·승진 비리가 근절될 때까지 철저하게 수사하고 죄질에 상응하는 형이 나오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