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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건네받은 생수 벌컥벌컥…“펄펄 끓는 땅, 박스 없인 못 앉아”

취약계층 더위와의 사투

  • 박수빈 기자 sue922@kookje.co.kr
  •  |   입력 : 2024-06-12 18:54:32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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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진구 인근 노숙인들 땀방울
- “음식 받아도 금방 상해 굶어야”
- 무상 ‘응급잠자리’서 열대야 피해
- 희망등대센터, 물·부채 등 지급
- 市, 온열질환자 예방 대책 마련

“더위가 빨리 시작되면 굶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힘들지. 음식을 많이 받아놔도 몇 시간이면 금방 다 상해버리는데. 한낮에는 지열이 올라와서 길바닥이 절절 끓어. 박스를 안 깔면 길에 앉아 있지도 못해.”

12일 오후 부산희망등대종합지원센터직원이 서면의 노숙인에게 물티슈 생수 부채 등 물품을 건네고 있다. 이날 부산 낮 최고 기온은 33.2도(금정구 기준)를 기록했다. 김동하 기자
12일 오후 2시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 인근. 노숙인 박모(50대) 씨는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이곳에 설치된 조형물 속에 자리를 잡았다. 이날 부산진구의 낮 최고 기온은 31.4도.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고, 열기를 내뿜으며 달리는 차들이 가득해 이곳의 체감 온도는 더욱 높은 듯했다. 그늘에 머물고 있었지만 박 씨의 얼굴에는 연신 땀방울이 흘렀다. 박 씨의 안부를 확인하러 온 부산희망등대종합지원센터의 직원들은 그에게 시원한 생수 물티슈 부채 등을 건넸다. 시원한 물을 받아 든 박 씨는 허겁지겁 물을 마셨다. 이후 냉기가 남은 생수병을 어루만지며 더위를 식혔다.

희망등대 권기범 부장은 “이른 더위가 시작된 후 거리에 머무르는 노숙인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특히 열대야 피해를 막기 위한 응급잠자리는 매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운영하는데, 1인용 수면실 22개가 무상으로 제공돼 더위에 지친 노숙인들이 애용하는 시설”이라고 말했다.

초여름 때 이른 찜통 더위가 찾아오자 부산시도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달 3개팀 16명으로 구성된 노숙인 현장대응 전담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6월부터 9월까지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노숙인들의 건강과 안부를 챙기고, 센터 내 편의시설 연계를 추진한다. 상담을 거친 노숙인은 누구나 ▷응급잠자리 ▷임시주거비(고시원 월세·교통비 3개월 지원) ▷응급구호방(여관 인계)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노인도 대표적인 폭염 취약 계층이다. 지난해 기준 부산지역의 독거노인은 22만6743명으로, 전체 노인인구(74만5199명)의 30.4%를 차지한다. 시는 독거노인 방문 서비스를 통해 이들에게 가까운 무더위쉼터 위치와 이용법을 안내한다. 또 총사업비 8억2000만 원을 들여 어르신들이 자주 모이는 경로당 2486곳에 7, 8월 동안 월 16만5000원의 냉방비를 지원한다. 이와 함께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자의 안전을 일 1회 이상 진행하기로 했다.

폭염대책기간에 발생하는 온열질환자는 부산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에는 45명(사망자 1명), 2022년에는 53명(사망자 0명), 지난해에는 94명(사망자 1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시 관계자는 “인명 피해 발생 제로를 목표로 이번 폭염 대책을 수립했다. 폭염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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