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나이 잊게한 손맛과 성취감…20만 어르신 파크골프 ‘홀인’

77번 버스가 간다 <2> 필드 위 은발의 전쟁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4-06-23 18:57:38
  •  |   본지 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비교적 공 크고 신체 부담 덜해
- 운동신경 떨어져도 누구나 즐겨
- 이용료도 무료… 실버세대 인기

- 삼락생태공원 4곳 72홀 골프장
- 부산 최대…작년 23만 명 라운딩
- “노인도 재밌게 운동… 소통은 덤”

국제신문 77번 버스의 두 번째 행선지는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이다. 벚꽃과 록페스티벌만 떠오른다면 삼락생태공원을 잘 모르는 소리다. 이곳은 말 그대로 부산 파크골프의 성지. 부산 최초의 파크골파장이 생긴 곳도, 부산에서 가장 많은 코스가 운영되는 곳도 모두 삼락생태공원이다.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젊은 어르신’의 발길이 이어진다. 대체 무엇이 실버세대를 파크골프에 미치게 하는지 30대 기자가 어르신과 함께 라운딩하며 확인해봤다.
파크골프가 최근 노년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다. 사진은 최근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파크골프장에서 사상구파크골프협회원들이 운동하는 모습. 이원준 기자
■실버세대, 파크골프에 미치다

“아~ 나이스 샷. 젊으셔서 그런지 금방 잘 따라 치시네. 다음에 치실 땐 힘 조절 좀 해가매, 공을 때려서 칠지 밀어서 굴릴지 고민해가, 예? 코스가 직선인지 커브인지도 보고, OB(Out of Bound·경계구역을 벗어난 범타) 조심하시고, 경사로 보낼지 평지로 보낼지 생각하시가꼬….”

지난 8일 부산 삼락생태공원 36홀 파크골프장 1번 코스. ‘실버 대표 운동’ 파크골프 첫 라운딩에서 호기롭게 클럽을 휘두른 햇병아리 파크골퍼에게 어르신들의 ‘우쭈쭈’ 세례가 쏟아졌다. 직선으로 78m 떨어진 홀에 공을 때려 넣기까지 걸린 타수는 8타. 뜻한 바를 멀찍이 벗어난 타구가 연거푸 나왔다. 두 번의 OB로 벌타까지 진탕 먹었다. 반면 함께 필드에 선 사상구파크골프협회 강혜정(여·66) 사무장은 3타 만에 1번 코스를 끝내며 젊은이의 기를 꺾었다.

‘우야든동’ 홀과 가까워졌으니 이제 문제는 퍼팅이다. 지름 6㎝짜리 사과만큼 큰 공이 17㎝ 커다란 홀컵을 피해 요리조리 굴렀다. 낭패의 연속이었다. 코앞의 목표 지점을 두고 애간장을 태우다 세 차례 만에 가까스로 코스를 마쳤다. “탁 치는 기 아이고, 슬슬 밀어야지!” 과연 은발의 파크골퍼들은 3, 4타 만에 코스를 마무리했다. 깔끔하면서도 절제된 샷이 중후한 신사·숙녀의 품격을 연상케 했다. “나이스 샷!”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공이 홀컵에 빠질 때 들려오는 ‘땡그랑’ 소리는 성취감과 쾌감을 모두 맛보게 했다. “인자 와 우리들이 파크골프에 미치는지 알 것 같습니꺼?” 권정대(73) 회장이 홀컵 속 볼을 챙기며 미소 지었다. 비교적 공이 커 스윙이 잘 맞고 힘도 들지 않는 운동, 운동신경이 감퇴해도 ‘구력’으로 이를 커버할 수 있는 운동. 그러면서도 적절한 힘 안배와 스윙 기술 등을 요하는 ‘스포츠’로서의 면모. 조망이 탁 트인 생태공원을 배경으로 공을 칠 때 느끼는 여유. 운동을 매개로 모인 동료와 쌓는 친밀감. 게다가 10만~20만 원은 쉽게 깨지는 일반 골프와 달리 이용료까지 무료라니.

“공이 크니까 일단 잘 맞잖아요. 그러면서 또 목표 지점으로 공을 굴려 넣는 맛이 있거든. 몸도 따라주고 게임도 재미있고. 젊었을 땐 골프를 쳤지만 은퇴해 비용 부담이 커지고 몸도 예전 같지 않은 지금은 파크골프에 미치는 거죠” 권 회장이 사용한 ‘재미있다’란 단어 안에는 노년 세대가 파크골프에 ‘홀 인’ 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가 함축돼 있었다.

■“구들장 지고 죽을 수는 없잖아”

젊은 층에 삼락생태공원은 부산국제록페스티벌 개최지로 유명한 곳이다. 매년 여름~가을 전 세계 유명 뮤지션이 이곳에 모인다. 록 스피릿을 온몸으로 느끼며 함께 소리 지르고 몸을 격동하는 젊음의 장이다. 이런 뜨거운 축제가 열리는 곳이라니, ‘실버’와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는 삼락생태공원의 진면목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이곳에는 부산에서 가장 큰 규모의 파크골프장(4곳 72홀)이 조성됐다. 부산의 첫 번째 파크골프장도 이곳에 처음 만들어졌다(2011년·9홀). 잔디 휴식기(8주)와 장마철(1주) 외에는 매주 화~일 상시 운영된다.

실버 세대의 파크골프 사랑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삼락생태공원에서 라운딩을 한 파크골퍼는 23만1840명(중복 포함)으로 추산한다. 파크골프는 구·군 단위 협회에서 회원과 필드 운영을 관리하는데, 부산에서는 화명생태공원을 거점으로 둔 북구협회가 회원 수 1500명가량으로 가장 많다. 양산 등 인근 경남지역의 어르신까지 회원으로 둔 영향이다. 삼락생태공원을 사용하는 사상구협회에도 800명가량이 회원으로 활동한다. 전국적으로도 20만 명 이상이 동호인으로 파크골프를 즐긴다. 파크골프처럼 수많은 어르신이 회원으로 가입한 생활체육 단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2008년 12월 전국파크골프연합회가 생긴 지 약 15년, 실로 가파르게 세를 확장 중이다.

파크골프의 인기는 한마디로 ‘재미있는’, ‘운동’이란 점에서 비롯한다. 파크골프 18홀을 돌 때 걸리는 시간은 대체로 2시간 내외다. 7000보 정도를 자동으로 걷게 된다. 무리하게 뛰거나 험준한 지형·환경을 견디며 운동할 필요가 없어 체력 부담도 덜 하다. 삼락생태공원에서 만난 파크골퍼 노모(70대·영도구) 씨는 “주 2, 3회, 하루 3시간씩 공을 친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지루하지 않게 자주 걸을 수 있다는 게 이 운동의 장점이다”며 “몸 핑계 돈 핑계로 집에만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없어진다. 스윙하며 공을 때릴 때의 손맛, 홀컵에 공이 빨려 들어갈 때의 쾌감이 짜릿하다”며 파크골프의 참맛을 전했다.

달리 말해, 세월 탓에 지게 된 ‘몸의 제약’을 뛰어넘게 해주는 스포츠가 바로 파크골프인 셈이다. 강 사무장은 “파크골프 입문자를 대상으로 협회 차원의 강습을 정기적으로 나간다. 이번 강습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신 분은 78세였다. 그분 말씀이 ‘이대로 구들장만 지다가는 죽겠다 싶어서 파크골프를 배우러 나왔다’였다”며 “노인의 몸으로도 즐겁게 운동을 즐기는 동시에 협회가 활성화됐으니 이를 통해 서로 집에서 만들어 온 음식을 나눠 먹는 것과 같은 일종의 소통도 이뤄지는 것이 파크골프”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3. 3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4. 4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5. 5‘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6. 6“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7. 7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8. 8경로당 어르신·어린이집 아동들 “홀몸 어르신 고소한 전 드세요”
  9. 9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10. 10방호복·지뢰덧신 살펴보는 국회 국방위원들
  1. 1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2. 2“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3. 3“피지컬AI 항만 실증사업, 광양항 아닌 부산항서 해야”
  4. 4李 지지율 2주째 상승 37.9%…양당 지지도 오차범위 접전
  5. 5여야 만난 강신철 국방부 장관 “北 지뢰 확인 땐 상응 조치…은폐 없다”(종합)
  6. 6靑 재제청 요구 거부 조희대 “국감서 밝히겠다”(종합)
  7. 7부산시 ‘도시계획’ 조직개편 여파…시의회 상임위 간 신경전
  8. 8‘인천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유승민 딸, 입건없이 10개월째 수사만
  9. 9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10. 10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1. 1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2. 2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3. 3HJ중공업 조선업계 첫 올해 임단협 타결
  4. 4안주고 덜준 보험금, 5년간 1000건 육박
  5. 53년물 국고채 4.1% 돌파…美 금리 급등 여파
  6. 6“금융위 경험·네트워크로 부산 금융생태계 강화”
  7. 7빚 갚으려고 또 빚…카드론 대환 23%↑
  8. 8부산 유주택 신혼 반토막…‘6억 초과’ 보유는 2.5배 급증(종합)
  9. 9시중銀, 부울경 전략산업 금융 확대…지역銀 영역침범 우려도
  10. 10AI로 ‘해상 교통 혼잡도’ 예측한다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3. 3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4. 4‘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5. 5“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6. 6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7. 7약발 없는 바가지 대책…인센티브·숙박세로 실효성 키워야
  8. 8공소시효 이틀 앞두고 세금 포탈 업자 송치…검·경 합동수사 빛 발해
  9. 9약사 면허 빌려 28억 부당이득…환수 거부에 法 “토해내라” 쐐기
  10. 10부산대 양산캠 유휴부지, 양산시도 나섰다…개발 TF 꾸려 대응
  1. 1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2. 2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3. 3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4. 4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5. 5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6. 6안세영, 천위페이도 가볍게 압승…결승 진출
  7. 7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8. 8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9. 9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10. 10[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교통취약지 ‘버스형 콜택시’ 도입, 울주 전역 도시가스 공급도 추진”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중구 절반이 GB…다운목장 등 과감한 해제로 신성장동력을”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