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다대포로, 울산으로 공짜 당일치기 여행 “자식보다 낫네”

77번 버스가 간다 <4> 일등석보다 도시철 경로석

  •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  |   입력 : 2024-07-07 18:59:25
  •  |   본지 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바다 보고싶을땐 1호선 종점행
- 동해선 타고 울산 태화강역도
- 삼삼오오 도시락 들고 나들이
- 운동 겸 우울감 사라지는 효과

- “자식한테 어디 가자고 말 못 해
- 눈치 안 보는 도시철이 효자다”

“바다를 보러 다대포에 갈까. 낙동강을 보러 경남 양산에 갈까. 그도 아니면 사람이 많은 서면은 어때?”
왼쪽부터 전정호 박길호 심차섭 할아버지가 지난 3일 동해선 부전역에 정차한 열차에서 내리고 있다. 할아버지들은 이날 무료로 동해선을 타고 부전역으로 나들이왔다. 이원준 기자
국제신문 77번 버스의 이번 행선지는 부산 서면이다. 이곳은 부산 도시철도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부산 교통의 중심지다. 조금 옆 부전역은 부산 도심과 울산까지 연결하는 동해선 광역전철도 탈 수 있다. 65세 이상 나이를 증명할 수 있다면 푯값은 ‘공짜’다. 취재진은 어르신의 발이 되어주는 도시철도 속으로 들어가 “도시철도가 자식보다 낫다”고 얘기하는 어르신을 만났다.

■여행수단 된 도시철도

심차섭 할아버지가 동해선 부전역에서 노인 우대권을 발권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사 내 한 분수대 앞. 가벼운 옷차림의 노인 김모(80) 할아버지가 연신 휴대전화를 쳐다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마침내 약속 시간이 됐는지, 표 발매기 앞에 서서 노인 우대권을 한 장 뽑았다. 김 할아버지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1호선이 종점인 다대포해수욕장역. 경로석에 앉아 여유롭게 휴대전화를 보고 있지만, 속마음은 외국 여행을 가는 젊은이 못지 않게 설렌다.

긴 비행 끝 기장이 착륙 전 방송을 하듯, 종점인 다대포해수욕장에 도착했다는 기관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침내 도시철도를 벗어나 바닷가와 연결된 출구로 나가자 동년배 노인 3명이 더 와있었다. 네 명의 노인은 각각 부산진구 중구 사하구 서구에서 도시철도를 타고 이곳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왔다.

노인에게 도시철도를 타고 하는 여행은 ‘가성비 갑’의 여가 활동이다. 일부 노인은 어느 동네에 행사가 열려 공짜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면 어디든 간다. 김 할아버지가 이날 다대포로 행선지를 정한 것도 간식을 나눠주는 무료 행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동해선을 타고 울산 태화강도 가고, 2호선을 타고 양산에도 놀러 간다. 교통비가 안 드니 소화도 시킬 겸 짧은 여행으로 제격이다. 여행 가서도 돈 안 들어가는 걸 주로 하다 보니 우리끼리 ‘거지 같다’고 농담도 한다. 그러나 하루에 쓰는 돈이 1만 원이 안 되는데 교통비까지 나가면 나같은 노인은 정말 갈 데가 없다. 그나마 도시철도로 여행도 하면서 운동도 하니, 우울한 마음도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와 함께 온 이모(84) 할아버지는 “보통 월·화요일은 양산, 목·금요일은 서면으로 주로 간다”며 “공짜 공연하는 날에 맞춰 도시철도를 탄다. 혼자 가면 심심하니 동년배 친구끼리 어울려서 다닌다”며 웃었다.

■동해선도 인기 만점

부산 도시철도뿐만 아니라 동해선 광역전철도 무임승차로 여행하는 노인에게 인기 노선이다. 동해선은 2016년 12월 부산 부전역~일광역이 개통한 뒤 2021년 12월 울산 태화강역까지 연결됐다. 이 덕분에 부산 노인은 울산까지, 울산 노인은 부산까지 무료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부전역 인근에서는 울산에서 부산으로 여행 온 노인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울산 북구에 사는 박모(79) 할아버지는 거의 매일 울산 태화강역에서 부전역으로 여행을 온다. 박 할아버지는 “전철을 타니 여행은 여행이다. 울산에도 집 근처 공원이 있고 산책할 곳도 있지만 잠깐 있을 정도밖에 안 된다. 전철이 공짜라 이곳까지 오면서 여행 기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월남전에 참전했다 고엽제 피해로 국가유공자가 됐다. 그 덕에 연금이라도 나와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진짜 어떻게 살았을까 아찔하다. 돈이 더 있다면 멀리 여행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부전역에서 삼삼오오 모여 기장 바다로 나들이 가는 노인들도 한 손에 도시락을 꼭 쥔 채 해맑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부산진구에 사는 이모(72) 할머니는 “집에만 있으면 할 것도 없고 답답해서 친구들과 나왔다. 도시락도 그냥 집에서 먹다 남은 음식을 싸 와서 일광해수욕장에서 친구와 나눠 먹으려고 한다”며 “자주 나가지는 못해도 이렇게 한 번씩 놀러 가는데 교통비가 안 들어 부담이 없다. 부전역까지 오는 도시철도도 공짜고, 일광까지 가는 전철도 공짜다”고 말했다.

친구 김모(72) 할머니도 “평소에는 돈이 아까워서 버스도 잘 안 탄다. 주머니 사정 가벼운 우리한테는 도시철도나 전철이 효자”라면서 “자식들한테 어디 태워 달라기도 눈치가 보일 때가 있는데 그럴 땐 그냥 지하철 타는 게 속 편하다”고 거들었다.

영도구에 사는 정모(83) 할아버지는 최근 사회 분위기에 서운함도 토로했다. 그는 “고령의 운전자가 피해를 준 사고가 최근 잇따라 발생하면서 운전 면허를 반납하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도시철도 노인 우대 혜택을 바라보는 시선도 여전히 차갑지 않느냐”며 “도시철도라도 이렇게 탈 수 있으니 우리가 밖으로 나가는 거고, 그래야 조금이라도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것 아니냐. 젊은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을 테니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노인들을 타박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4. 4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7. 7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8. 8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9. 9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10. 10‘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 1‘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2. 2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3. 3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4. 4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5. 5與, 초광역특구법안 발의 “주 52시간 특례 숙의”
  6. 6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7. 7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8. 8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9. 9[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10. 10"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4. 4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7. 7“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8. 8동남아 접수하러 ‘부산표 게임’ 방콕행
  9. 9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10. 10예탁원 나눔재단, 17년째 지역상생 실천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4. 4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5. 5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6. 6“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7. 7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8. 8“광안리 해변 보행공간 개선…구 차원 추가 캐시백 검토중”
  9. 9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10. 10피습 자작극 정이한, 모친 증인 신청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3. 3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4. 4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5. 5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6. 6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7. 7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8. 8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9. 9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10. 10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우리은행
끝나지 않은 '석면 공포'
구·군 일손 적고 주인 자비부담 꺼려…슬레이트 철거 하세월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광안리 해변 보행공간 개선…구 차원 추가 캐시백 검토중”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