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고등학교 1학기 기말고사에서 시중 기출문제와 유사도가 높은 문항들이 무더기로 출제돼 학부모들이 강력 반발한다. 특히 해당 학교는 문제 소지가 있는 문항 수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재시험 일정을 한 차례 미루는 촌극을 벌여 불신을 키웠다.
11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기장군 A 고교에서 지난 5일 2학년 3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학기 기말고사 문학 과목의 30개 문항 중 13개 문항이 기출문제와 동일하거나 일부 변형돼 출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은 학생들이 가장 먼저 문학 과목 3개 문항이 기출문제와 같다는 점을 알아채고 학교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교내 학업성적관리위원회가 열렸고, 3개 문항만 10일 재시험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시험 일정을 공지했으며, 가정통신문으로도 해당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재시험 하루 전날 문제 소지가 있는 문항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또 한 번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학교 측은 전 학년 국어과 교사들을 투입해 30개 문항을 전부 조사했다. 그 결과 8개 문항이 특정 문제집, 모의평가와 유사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재시험 당일 시험 일정이 다시 12일로 연기됐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11일 추가로 열린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서도 문제 소지가 있는 2개 문항이 더 확인돼 재시험을 치러야 할 총 문항 수는 13개가 됐다. 재시험 규모가 커지자 학교 측은 문학교사 등 4명을 주축으로 문항을 출제하도록 하고, 1~3학년 국어과 교사로 꾸린 공동관리위원회의 검토도 거치게 했다.
시교육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애초 문학 과목 시험을 낸 2명의 교사는 평소 보관하던 기출 자료를 활용했으며, 특정 학원과의 유착 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학교 측은 해당 교사에게 교장이 내릴 수 있는 최고 징계 수준인 ‘서면 주의’ 조처를 했으며, 교육청에도 보고해 조만간 감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학교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국민신문고에 이번 사태와 관련한 민원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은 학생·학부모가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평가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우선 학생들의 재시험이 정상적으로 실시되는 게 가장 중요하며, 감사관실 조사에 따라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