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잿빛공간 도시철도 다채롭게 하는 건 결국 사람”

이도훈 부산도시철도 기관사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책 ‘이번 역은 요절복통…’ 출간
- 7년간 겪은 다양한 경험 녹여
- 역마다 다양한 분위기 생동감

“같은 (도시철도) 2호선이라도 타고 내리는 승객을 비롯해 역마다 그 분위기가 다릅니다. 서면역은 정말 많은 사람이 타고 내려 다양한 분들이 뒤섞입니다. 종점인 양산역은 여유롭고 느긋한 분위기인 반면, 반대편 종점인 장산역은 끝나는 곳이라기보다 그곳을 기점으로 다시 어딘가로 뻗어나가는 분들이 많다고 느껴집니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기관사로,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라는 책을 펴낸 이도훈 작가가 15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기관사이자 최근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를 출간한 이도훈(33) 작가는 15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호선 운행 경험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특정 호선을 운행하려면 면허와 함께 ‘구간 인증 교육’이 필요하다. 추가 교육을 받으면 다른 호선도 운행할 수 있지만, 전문성을 위해 기관사들은 퇴직할 때까지 같은 호선만 운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책은 이 작가가 이렇게 7년간 부산 도시철도 2호선 기관사로서 쌓은 경험을 엮은 에세이다.

이 작가는 기관사로서의 다양한 경험을 책에 녹여냈다. 눈에 띈 점은 일명‘급똥’이라 불리는 갑작스러운 생리현상의 고충이다. 운전실을 비롯해 도시철도에는 화장실이 없다. 문 바로 뒤편엔 승객들이 가득해 거사를 치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결국 예상치 못한 신호가 오면 2시간 30여 분의 운행 동안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만 한다. 기관사 사이에서는 ‘혈 자리’로 불리는 응급대처 방안도 구전될 정도다. 그마저도 도저히 안 되면, 이른바 ‘똥대기’로 불리는 대기 기관사를 호출할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비 오는 날이면 펜싱 경기처럼 우산을 출입문 사이에 찔러 넣어 늦게라도 탑승하려는 승객이 있다. 여름이면 ‘춥다’와 ‘덥다’는 민원이 동시에 들어와 냉난방을 어떻게 맞출지 고민도 크다.

기관사는 이처럼 다양한 애로사항을 맞닥뜨리지만, 마냥 고충만 있진 않다. 매일 같은 호선을 운행하지만 역마다 다른 분위기로 지루할 틈이 없다. 전포역은 젊은이들의 최신 유행을 엿볼 수 있고,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은 출퇴근 직장인으로 가득하다. 관광지인 해운대역은 캐리어를 가지고 타는 사람이 많다. 여행 오는 승객인 만큼 설레는 마음이 기관사에게까지 전해진다. 특히 부산 도시철도는 안내방송에서 뱃고동과 갈매기 소리가 나와 바다를 따라 달리는 철도의 특별함이 있다. 이 작가는 “종종 여행지에 나도 초대받은 느낌이 든다”며 “그 낭만에 취해 아내와 함께 여행을 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시간마다 승객 분위기도 다르다. 첫차를 타는 승객은 출근 또는 타지로 이동하기 위한 사람이 많다. 이 때문에 정확한 시간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반면 막차 승객은 정반대다. 긴 야근 끝에 퇴근하거나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하는 승객이 대부분이다. 이 작가는 이들이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승객인 만큼, 조금 늦더라도 가급적 모두를 태우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늦은 시간 역사에 누구도 남지 않게 하려는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잿빛인 도시철도의 물성은 비인간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하세계는 인간성으로 가득하다고 전한다. 그는 “이 공간에는 기관사뿐만 아니라 관제사·영양사·청소 여사님, 그리고 승객이 있다. 그 다양한 사람들이 잿빛 공간을 다양한 색으로 물들인다”며 “결국 ‘지하세계’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점을 느꼈고, 그걸 전하고 싶어 책을 썼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글을 쓰겠다는 이 작가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시철도를 달리며 승객을 집으로 데려다 줄 예정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4. 4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5. 5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6. 6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7. 7“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8. 8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9. 9“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10. 10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1. 1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2. 2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5. 5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6. 6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7. 7與주도로 조작기소 특검법안 법사위 상정…국힘 반발·퇴장
  8. 8美 중간선거 시작, 우주서도 투표는 계속된다
  9. 9친청 “공개사과하라”·김 “자정 노력”…민주 신천지 수습 난항
  10. 10北, 美 중간선거 당일 ‘미사일 도발’…일주일새 4번째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4. 4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5. 5"가덕도신공항 올해 예산집행률 고작 0.03%…정상화 시급"
  6. 6[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7. 7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8. 8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9. 9‘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10. 10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4. 4“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5. 5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6. 6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7. 7수능 ‘AI 안경 커닝’ 막는다지만…전문 탐지기 없어 실효성 의문(종합)
  8. 8첫 공소청 수장 후보, 이정현·박철우·예세민 물망(종합)
  9. 9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10. 10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4. 4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5. 5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6. 6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7. 7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다시 피어나는 신중년
지역 기업과 1대 1 매칭…50+부산포털도 가동
다시 피어나는 신중년
봉사·일·문화 등 다양한 분야 경험·재능 나눠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