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뒷쪽 발판에 서서 이동하던 환경미화원이 차량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고를 조사 중인 고용노동부 창원지청.국제신문 DB

이번 사고는 생활폐기물 처리업체의 오랜 작업 관행이 부른 비극적 참사로, 이를 방치하면 사망 등 중대사고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경남 양산시와 고용노동부 양산지청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7시10분께 양산 동면 석·금산택지단지의 한 마을 도로에서 환경미화원 A 씨가 B 업체의 폐기물 수거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중 차량 뒷쪽 발판에서 떨어졌다. 머리를 크게 다친 A 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지난 15일 오후 사망했다. B 업체는 양산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3개 지역의 생활폐기물과 재활용품을 처리한다.

이번 사고는 폐기물 업계의 오랜 관행에서 비롯된 참사라는 지적이다. 폐기물 업체 소속 환경미화원들은 차량 뒷쪽 발판에 의존해 이동하는데, 이런 관행이 사고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A 씨가 밟고 있던 발판은 무허가로 설치된 것이었다.

환경부 등 당국은 폐기물 수거 작업자는 차량 앞 좌석에 탑승해 작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양산을 비롯해 전국 상당수의 환경미화원들은 업무 편의상 발판에 의존해 이동하면서 작업을 한다. 발판에는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어 자칫 주의를 소홀히 하면 바로 떨어질 수 있어 사고에 취약하다. 더구나 이번 사고의 경우 작업자가 헬멧을 쓰지 않아 머리를 심하게 다치면서 사망으로 이어졌다. 안전수칙상 환경미화원은 반드시 헬멧을 착용하고 작업을 해야 하지만 무더운 날씨에는 이 같은 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폐기물 업체의 작업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한정된 예산으로 제한된 시간 안에 넓은 구역의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양산의 한 폐기물 처리업체 관계자는 “6~9시간의 제한된 시간 안에 넓은 구역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려면 신속한 이동을 위해 발판 작업이 불가피하다. 폐기물 차량은 조수석이 높아 타고 내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사고 위험도 높다. 현실적으로 발판 없이는 폐기물 수거가 불가능 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사고를 막기 위해 문전 수거 대신 거점 수거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이 방안도 농촌지역에서는 가능하지만 도시에서는 민원 등 문제 때문에 공간 확보가 어려워 도입이 쉽지 않다. 폐기물 수거 차량과 인력을 늘려 적법하게 처리하는 방안도 제시되지만, 이 역시 많은 예산이 필요해 자치단체들이 난색을 표한다.

폐기물 수거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가중 처벌될 수 있다. 이에 업체 측은 ‘바지사장’을 내세워 처벌을 피하는 등 편법이 성행할 수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양산지역에는 7곳의 폐기물 및 음식물 쓰레기 처리 업체가 70대의 수거 차량을 운행 중이며, 118명의 작업자가 근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