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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놀이·책 읽기 즐기도록 규칙적 일과 만들어줘야

슬기로운 부모교육 <17> 이야기의 힘과 사회성

  • 이희란 부산가톨릭대 언어청각치료학과 교수
  •  |   입력 : 2024-08-12 18:24:0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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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이 지났지만 EBS 다큐 ‘이야기의 힘’을 무척 흥미롭게 본 기억이 있다. 일부 장면들은 강의에서 활용할 정도였다. 이야기에는 정말 힘이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힘.

아기는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성인을 향해 몸과 마음의 여러 상태를 전달하려 애쓰게 되는데, 이는 울음과 소리내기에서 시작해 가리키기나 고갯짓 같은 몸짓으로 표현되다가 점차 말하기와 이야기하기로 발달하게 된다.

아이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모든 것이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이가 어릴수록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식사를 하고, 어린이집에 가는 등의 일정한 하루 일과와 매일같이 반복되는 사건들에 관한 지식은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능력과 함께 언어와 인지 발달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이야기하기 발달을 촉진하는 특별한 기법이 있다기보다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활동들 속에서 아이가 감정과 의도를 잘 표현하도록 돕는 것만으로도 이야기하기 능력은 한층 증진될 수 있다.

목욕하기와 옷 입기, 간식 먹기처럼 일정한 순서와 행동을 하는 사람이 포함된 각본(script)에 가까운 사건 관련 정보들은 지식의 형태로 저장되어 이후 언어와 인지발달을 위한 개념적 기초를 형성하게 된다. 각본과 비슷한 일상의 사건 지식을 많이 가진 아이일수록 시간 개념을 비롯해 세상 사물과 행위들의 인과 관계를 보다 일찍 습득할 수 있다. 특히 행위를 하는 사람에 더해 행위에 연결된 단어와 관련지어 더 많은 의미 범주를 연결할 수 있게 되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습득해야 할 수많은 도식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의사소통이나 대화 능력은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때 자신의 느낌이나 마음 상태를 잘 표현하고, 타인의 마음까지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매일의 일상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부모나 가족들과 자신의 감정과 의도를 표현해 본 아이라면 당연히 타인과의 대화에도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회성 발달이 일차적으로 가족에게서 시작되는 이유이다.

부모는 되도록 아이와 함께하는 일과를 정해진 순서대로 지키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일지라도 시간의 흐름과 순서에 따라 이어지는 여러 활동과 사건들에 대해 아이가 예측하고 계획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어제의 흥미나 무료함과는 또 다른 오늘의 놀이와 책 읽기, 간식시간을 즐기고 주도하도록 규칙적인 일과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놀이 역시 시작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고, 책 읽기나 게임 역시 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동 주도하에 즐겁게 이뤄진다면, 아이와 함께하는 매일의 일상은 특별한 교재와 교구가 포함된 전문가의 인지·언어교육 프로그램 못지않은 교육환경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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