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자수첩] 불운의 사고로 치부한 경찰…기강해이 드러나자 여론 반전

  • 김용구 기자 raw720@kookje.co.kr
  •  |   입력 : 2024-08-27 19:26:04
  •  |   본지 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인구 4만 명 남짓한 경남 하동군이 최근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들썩인다. 지난 17일 오후 2시께 진교파출소 내 주차장에 세워둔 순찰차 뒷좌석에서 40대 여성 A 씨가 엎드린 자세로 하루 반 만에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A 씨는 2급 지적장애로 14년간 입원 치료를 받다 올해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 15일 오후 10시 주거지에서 나와 이곳저곳을 배회하다 문이 열린 순찰차에 들어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사인은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등이 고려됐다.

이 사건은 처음 알려질 때만 해도 여러 불운이 겹친 ‘스위스 치즈 모델적’ 사고처럼 보였다. 이 모델은 수많은 구멍을 가진 치즈가 여러 장이 겹치면 구멍이 막히듯, 여러 개의 우연적 요소로 사고가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이런 이유로 경찰의 실책을 지적하는 본지 지적에 ‘이게 왜 경찰 탓이냐’는 항변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애초 A 씨의 돌발 행동으로 사고가 벌어진 게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경찰 실책 정황이 차례로 드러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경찰은 사고 당일에도 당직 근무자 4명은 파출소 주변을 서성이던 A 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A 씨가 차량에 머문 36시간 동안 세 번의 당직 근무 교대 때 차량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A 씨를 살리거나 조기 발견할 기회를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45시간 동안 차량을 운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순찰 일지에 기록만 해두고 근무하지 않아 화를 키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나마 하동경찰서장의 책임 있는 자세는 불행 중 다행이다. 진영철 하동서장은 국제신문에 “소임을 다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일련의 사태를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고가 터져도 책임 회피에 급급한 요즘의 다른 공직자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공은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넘어갔다. 그는 취임식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 위험 등이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고, 이를 예측하고, 예방하고, 단속해 안전한 일상을 지켜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경찰청은 사건 후 이례적으로 6명을 파견해 감찰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간 풀어졌던 복무 기강을 다시 바로 세우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취임식에서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경남 한 발달장애인 가족 단체는 “폭염 속 밀폐된 차 안에서 죽음과 사투를 벌인 피해자의 모습을 상상하면 분노를 억누를 길이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A 씨가 당일 긴 여정 끝에 파출소를 찾은 이유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어쩌면 경찰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회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4. 4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7. 7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8. 8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9. 9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10. 10[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4. 4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5. 5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6. 6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7. 7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8. 8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서울고법원장, 아내 살해 공무원 사건에 “제도개선”
  9. 9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첫 출근에 "피아구별 없이 엄중 수사하길"
  1. 1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2. 2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10. 10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7. 7고성서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등산축제
  8. 8“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9. 9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10. 10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한 아이의 내일을 바꾸는 '부산의 힘'
“몸 불편한 엄마 화장실이라도 편히 사용했으면”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나노산단 분양률 50% 고무적…미래전략 앵커기업 유치 목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