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 채석장 사망 사고’(국제신문 지난달 2일 자 온라인 보도)가 발파 작업 여파로 인한 중대재해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경찰이 처음으로 관련 업체 관계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낸다.

지난달 2일 경남 사천의 한 석산 내 임시 도로에서 아래로 전도된 차량. 경남소방본부 제공

경남경찰청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지역 한 골재생산 업체 발파팀장 A(40대)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2일 낮 12시11분 사천읍 금곡리의 한 석산 내 임시 비포장도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이 4ｍ 아래로 추락해 운전석에 있던 이 업체 대표 B(60대) 씨와 동승자 전무 C(50대) 씨 등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곳은 해당 업체가 골재를 채취하는 현장이다.

최초 사실 관계 조사를 맡은 사천경찰서는 차량이 전도되는 과정에서 창문을 깨고 내부로 들어온 날카로운 석재에 이들이 머리 등을 다쳐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유족 측은 중대재해 사고를 주장했다. 사망자의 휴대전화 CCTV 앱을 통해 110여 ｍ 떨어진 발파 현장에서 골재 파편이 차량을 향해 날아드는 장면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CCTV에는 파편이 차량을 직접 충격하는 장면은 녹화되지 않았으나 그 주변에 돌이 떨어지며 먼지가 나는 모습이 담겼다.

지난달 21일 사건을 이관받은 경남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차량 감정을 의뢰했고, 최근 ‘크고 작은 돌 파편으로부터 차량 전면부가 충격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1차 구두 소견을 받았다.

경찰은 이런 정황에 미뤄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당시 발파 업무를 총괄한 화약 안전관리 책임자 A 씨를 상대로 약속된 발파 시간과 화약 장약량 준수 여부를 살피는 등 현장에서 실수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평소 B 씨 등 임원이 안전이 보장되는 ‘지시 지점’으로 이동한 뒤 현장에 홀로 남은 A 씨가 이들에게 최종 허락을 구하는 방식으로 발파가 진행됐으나, 사고 차량은 당일 해당 지점과 다소 동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발파가 차량 전복 사고에 영향을 줬다면 B 씨 등이 앞 유리를 뚫고 들어온 파편에 맞고 정신을 잃어 조향 불능 상태에 빠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경찰 관계자는 “먼저 비산물에 의해 발생한 사고인지를 먼저 조사한 뒤 A 씨가 발파 과정에서 안전 수칙 등을 제대로 지켰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며 “정밀 감정서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