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20년대 풍경 히가시차야가이
- 가게로 성업중인 에도시대 고택
- 日정부가 문화재로 지정해 관리
- 무사들 모여 산 마을 사토미초
- 스토리 살려 성공적 원형보존
- 그 과정 수십 차례 주민 설명회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는 ‘옛길’과 ‘고택(古宅)’의 도시다. 인구 46만 명의 이 도시는 1583년 마에다 가문이 자리 잡은 이후 전쟁을 겪지 않아 물자가 넉넉하고 문화 예술 공예 등도 발달했다. 이후 큰 지진 피해도 없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국제신문은 지역성과 골목상권을 잘 살려 세계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가나자와를 찾아 그 비결을 살펴봤다. 가나자와는 고즈넉한 옛길은 사라지고 넓고 시끄러운 자동차 도로만 가득한 부산에 옛것에서 가치를 찾으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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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 1820년대 거리를 그대로 보존한 일본 가나자와 ‘히가시차야가이’가 관광객으로 붐빈다. 일본 정부는 전통가옥 보존을 위해 수리비를 지원한다. 일본 가나자와=박호걸 기자 |
■200년 전 집과 거리가 그대로지난달 29일 찾은 ‘히가시차야가이’는 1820년대 풍경을 그대로 보존한 곳이다. 과거 유흥가였던 이곳에는 거리를 중심으로 양옆에 목조 고택이 늘어섰다. 고택은 모두 통일된 형태인데 지붕은 검은 기와를 썼고, 2층에 붙은 툇마루의 천장을 처마처럼 보이게 한 ‘엔비사시’를 적용했다. 그리고 1층에는 ‘기무스코’라고 하는 격자 장식이 설치돼 있었다. 기무스코는 안에서는 바깥이 잘 보이지만, 바깥에서는 안을 잘 볼 수 없게 디자인됐다. 이 집들은 아직도 찻집 음식점 기념품점 등으로 성업 중이었다. 주말을 맞아 에도시대 일본에 온 착각에 빠지고 싶은 수많은 관광객이 연신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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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일본 무사들이 모여 살았던 마을 ‘사토미초’. 일본 정부 보존지구에 등록되지 못해 정부 자금을 받지 못하는 이곳은 가나자와시가 지원의 주체다. |
히가시차야가이는 일본 정부의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에 문화재로 등록된 거리다. 옛길이 많이 남아 있는 가나자와에는 히가시차야가이와 함께 ‘우타츠야마 산록’, ‘가즈에마치’, ‘테라마치다이’ 등 4곳이 등록돼 있다. 일본 전국에는 총 127곳의 보존지구가 있는데 한 도시에 4곳 이상이 등록된 곳은 옛 수도 교토시와 야마구치시, 그리고 가나자와시 3곳뿐이다. 가나자와의 보존지구 4곳에는 248동의 옛 건물이 보존되고 있다.
보존지구에 있는 전통 건조물을 수리하면 정부 보조금도 받는다. 외관 수리 땐 전체 비용의 80%까지, 약 1억5000만 원(1500만 엔) 한도에서 지원 받을 수 있다. 구조 보강을 할 때는 보조율 90%(한도액 약 5000만 원·500만 엔)가 보조된다. 이외에도 격자 수리나 병충해 방재공사 등에도 예산이 지원된다.
가나자와시 역사도시추진과 가와무라 유타 씨는 “보존지구 내 전통건물을 수리하려면 기준에 따라 세세한 규정을 적용받는다. 지구 내 일반 건축물도 주변 건축물과의 조화 등을 고려해야 하는 등 규정 내에서 수리할 수 있다”며 “건물 내부는 특별한 규제는 없지만 외부는 페인트 칠을 하더라도 무조건 신고 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원 탈락하면 지자체가같은 날 찾은 ‘사토미초’는 일본 무사(사무라이)들이 모여 살았던 마을로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마에다 가문의 가가번은 에도시대 도쿠가와 막부에 버금갈 정도로 풍요롭고 막강했다. 당시 가가번에는 1만5000명의 사무라이가 상주했는데, 사토미초는 그때 중급 무사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다. 흙벽은 사무라이만 세울 수 있었고, 사무라이의 계급에 따라 집도 커지고 흙벽의 높이도 올라갔다. 이 마을에는 거리와 집 사이에 작은 용수로가 흐르는 데, 이는 과거 물자를 옮기기 위함이었다. 사토미초는 이런 흥미로운 스토리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마을이다.
가나자와시는 1994년 ‘고마치나미 조례’를 시행해 일본 정부의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에 등록되지 않은 고택은 자체 조례를 제정해 보존한다. 이 조례에 따라 시내 9개 구역을 설정하고 그 안의 건물을 보호하는데, 사토미초는 그 중 한 곳이다. 구역 내의 보존 건물의 건물주가 외관을 수리하면 전체 수리비의 70%까지, 약 5000만 원(500만 엔) 한도 내에서 시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보존 건물이 아니라도 1950년 이전 건축물은 외관 수리 기준 약 3000만 원(300만 엔), 이후 건축물은 약 2000만 원(200만 엔)까지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 건물 외에도 담이나 문 같은 외부 구조물까지 지원된다. 일본 정부보다 지원액이 적지만, 시가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건물에 대해 적지 않은 지원을 하는 셈이다.
혹시 생기는 주민 반발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설득해 해결한다. 가나자와시 역사도시추진과 마츠무라 마사미치 주임은 “오래된 것에 가치를 못 느낀다면 다 부수고 새로 지으면 되지만, 우리는 선조들이 남긴 자산과 문화에 대단한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며 “제도를 시행하기 전 수십 차례 주민 설명회를 개최해 설명·설득·수정한다. 도쿄 롯폰기 재개발이 30년이 걸린 것처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설득하면 대부분 수긍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부산대 정주철(도시공학과) 교수는 “부산은 단독주택이 있는 1종 주거지역이 거의 사라졌는데, 가나자와의 가옥 보존사례는 부산이 참고할 만 하다. 특히 시간에 쫓기지 않고 주민을 설득하고 사업을 보완해 나가는 게 인상적”이라며 “부산도 낙후된 곳은 개발하더라도 부전동 같은 곳은 원형을 잘 살려 개·보수하면 스토리와 지역성을 담은 ‘부산의 북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로컬 저널리즘 과정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