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우리동네 맥주라는 자부심 심어야”…지역 스토리 빚는 양조장

로컬리즘으로 RE:BUSAN <5>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옛 지명 등 아이덴티티 활용
- “부산맥주도 고유성 담아내길”

강원도 강릉에는 특별한 지역 수제맥주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있다. 강릉 마지막 양조공장에 터를 잡은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철저히 지역에 천착해 제품마다 스토리를 입혔다. 지역의 숨은 영웅을 찾아내고, 지역 내 농가에 위탁해 밀을 재배하기도 한다. 매장부터 제품제작·운영·마케팅까지 지역적 자산을 활용하지 않은 곳이 없다. 이 회사 이창호 대표는 “이 맥주가 로컬 맥주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부산 지역 맥주 브랜드에 조언한다.
강원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지역 마지막 양조공장을 리모델링하고, 지역성에 천착한 로컬 비즈니스를 앞세워 강릉시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국내외 관광객이 버드나무 브루어리 앞마당에서 맥주를 마시는 모습. 강원 강릉=박호걸 기자
버드나무 브루어리 이 대표는 고향이 강원도가 아니다. 대구 출신인 그는 서울에서 전통주에 관심을 가졌고, 당시 서울 이태원을 중심으로 미국식 수제맥주가 퍼져나가자 이를 지역에서 사업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창업을 결정하고 전국에서 오래된 건물을 수배했다. 그 결과 제주도에 있는 감귤 창고를 사기로 하고, 계약금 500만 원을 걸었다. 그러나 후에 강릉에 있는 옛 양조장 건물이 매물로 나왔다는 걸 알게 됐다.

강릉은 일제강점기까지 양조장이 4곳이 있었으나 2014년 마지막 양조장이 폐업하면서 지역에서 술을 생산하는 시설이 사라졌다. 이런 건물의 스토리가 이 대표를 매료시켰다. 그는 “고민 끝에 이곳의 스토리를 사고 역사를 잇자고 마음 먹었다. 계약금을 버리고 강릉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9월 리모델링을 완료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철저히 지역적 자산을 활용했다. 강릉 시화인 백일홍, 강릉 옛 지명인 하슬라 등 매년 로컬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는 맥주를 10종 이상 개발했다. 개업 기념식에는 과거 이 양조장에 일했던 노동자를 초청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역에 제대로 자리 잡아야 다른 곳에서도 팔린다. 그게 바로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지역과 함께하는 이벤트도 꾸준히 진행한다. 매년 ‘우리 동네 히어로’를 뽑아 시민 영웅이 좋아하는 음식을 활용한 맥주를 제작해 판매한다. 수익금은 시민 영웅이 원하는 지역 시설에 기부한다. 5년간 누적 3000만 원이 넘는 돈을 기부했다. 매월 맥주를 선정하고, 맥주에 맞는 책 큐레이션 행사도 연다. 지역 서점에서 책들을 선정하고, 이 책들을 매장에서 판매 대행한다. 선정된 책을 매장에서 사면 맥주 1잔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지역 천착형 비즈니스는 결실을 봤다. 연간 매출이 35억~40억 원에 이른다. 2018년부터 병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강릉 일대 편의점과 지역 명소에도 판매된다. 입소문이 나자 숙박업소와 음식점에도 연락이 와 납품하는 곳도 늘고 있다. 관광지에서 버드나무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것을 넘어 강릉 시민이 찾는 내륙 지역 음식점에서도 주문이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염가경쟁과 대기업형 사업 확장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럴 경우 지역성을 잃어버려 망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도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자거나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익을 얻기 위해 대기업 방식을 따르는 순간 다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지역의 J 맥주 등은 염가경쟁과 대기업을 따라가려다 방향성을 잃어버렸다. 사업 확장을 위해 다른 지역에서 판매경쟁을 하고, 4캔에 1만 원 같은 묶음 상품으로 팔다가 로컬리티를 잃어버려 사달이 난 것”이라며 “우리 맥주는 편의점에서 병당 8000원에 팔아도 잘 팔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산의 고릴라, 갈매기맥주도 결국 부산의 아이덴티티를 찾아내야 한다. 로컬 브랜드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부산이 대도시라 더 어렵겠지만 충분히 주변에 널려있는 지역적 자산을 활용하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로컬 저널리즘 과정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4. 4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5. 5“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6. 6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7. 7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8. 8“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9. 9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10. 10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1. 1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2. 2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5. 5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6. 6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7. 7“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8. 8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9. 9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10. 10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4. 4[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8. 8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9. 9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10. 10주가지수- 2026년 11월 3일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4. 4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5. 5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6. 6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7. 7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8. 8역삼동 연쇄방화 77세 이명수(종합)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4일
  10. 10면세유 23억 원어치 빼돌린 유통업자 집유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4. 4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5. 5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6. 6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7. 7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다시 피어나는 신중년
지역 기업과 1대 1 매칭…50+부산포털도 가동
다시 피어나는 신중년
봉사·일·문화 등 다양한 분야 경험·재능 나눠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