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 봉황동 유적지에서 5세기 금관가야 시대의 대단위 토목공사 흔적이 확인됐다. 당시 토목 기술을 엿볼 수 있는 사료여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끈다.

김해시는 최근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가 사적인 김해 봉황동 유적 발굴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가야왕궁터’로 알려진 봉황대 구릉 동편의 경사면과 평지를 조사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대규모의 패각 성토층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지난 2016년부터 오는 2026년까지 봉황대 발굴사업을 진행중이다.

조개껍데기를 섞어서 경사지게 켜켜이 다져 쌓아 대지를 조성한 남벽·동벽토층 모습. 김해시 제공

봉황대는 위치상 수롱왕릉 부근와 주민 집단거주지에 위치해 그동안 학계에서는 그동안 가야시대 왕궁터로 추정돼 왔었다.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이번에 확인된 패각 성토층은 봉황대 구릉 북동편의 저지대를 다량의 조개껍데기와 섞어서 경사지게 켜켜이 다져 쌓은 뒤 집을 짓는 대지를 조성 하거나 확장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패각성토층의 최대 깊이는 4ｍ이고, 길이는 주변의 봉황토성의 성벽까지 이어지는 것을 감안해 100ｍ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이 방식은 경주 황룡사터와 부여 금강사터 등 삼국시대 절터에서 단편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고 한다.

봉황동 유적의 성토층은 이들 유적보다 조성 시기가 앞서고 조개껍질을 섞어 사용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여기다 밑지름이 6~8ｍ 내외, 높이 1ｍ 내외의 둔덕을 쌓고, 여러 개의 동심원 모양의 성토가 이뤄졌다는 점도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다.

종전 봉황대 구릉 주변에서 일부 확인됐던 봉황토성의 토축 성벽 조사 등을 비교분석 해 볼 때 5세기대에 봉황대 구릉 전체를 둘러싸는 둘레 1.5㎞ 정도의 토축 성벽을 축조하는 과정에서 대지 조성과 확장이 동시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먼거리에서 바라본 김해 회현동 봉황대 발굴 현장 모습. 김해시 제공

가야유산연구소는 오는 24일 오후 봉황동 유적 발굴현장에서 그동안의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당시 왕성 내의 생활과 의례, 음식 문화, 생산 활동 등을 엿볼 수 있는 생활 토기를 비롯해 사슴·고래·상어 등 각종 동물뼈, 복골·모형토기 등도 함께 공개된다.

김해시 관계자는 “앞으로 가야문화유산연구소와 협력해 봉황동 유적에 대한 지속적인 발굴조사와 자연과학적인 분석 연구 등을 통해 가야 왕성의 실체를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