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경남 양산지역에서 발생한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족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법원 합의부 재판에서는 동일사건에서 종전보다 위자료 액수가 높게 나온 전국 최초 판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양산 국민보도연맹 희생자등이 구금되었던 중앙동 현재 양산시장애인복지관 인근의 옛 양산경찰서 자리. 국제신문 DB

유족 측 소송 대리인인 장운영 변호사 등에 따르면 부산지법 제6민사부(재판장 남재현 부장판사)는 양산 국민보도 연맹 사건 피해자 19명의 유족 8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24일 일부 승소 판결했다.

유족 측은 35억 원 상당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이번 판결이 의미있는 것은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국민보도연맹 피해자로 인정한 양산지역 유족 측이 제기한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첫 1심 판결이다.

특히 법원 합의부 재판에서는 진실화해위 1·2기 기간 통틀어 국민보도연맹 피해자 유족이 제기한 소송에서 위자료 액수가 높게 나온 전국 최초 판결이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고 변호인 측은 설명했다.민사재판의 경우 청구금액 5억 원 미만은 단독, 5억 원 이상은 합의부에서 재판을 담당한다. 이번 판결은 국민보도연맹 다른 사건의 위자료 액수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양산에서 활동 중인 유족 측 장운영 변호사(법무법인 삼성)는 “재판부가 위자료로 희생자는 1억 원, 배우자는 5000만 원, 자녀와 부모는 1000만 원, 형제 및 자매는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법원이 지금까지 유지해온 동일 사건의 유족 측 위자료에 비해 희생자는 2000만 원 배우자는 1000만 원, 자녀와 부모는 200만 원, 형제·자매는 100만 원 가량 오르는 등 평균 25% 가량 높은 금액이다”고 밝혔다.

장운영 변호사는 “정부 통계를 확인한 결과 지난 10여년 간 물가는 25%, 전국의 아파트 가격은 평균 45% 가량 상승했는데도 이 기간 법원의 국민보도연맹 피해자 유족 측위자료 금액 판결은 변동이 없어 유족 측이 힘들어 했다. 이에 여러 관련 입증자료를 제시해 재판부를 설득했다”고 밝혔다.장 변호사는 “위자료 등 손해배상청구사건은 유효기간이 있어 제때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소송 기회를 놓친다”면서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강조했다.

양산국민보도연맹 사건은 한국전쟁 발발후인 1950년 7월에서 8월 사이 양산지역 주민 700여 명이 보도연맹 관련자로 몰려 집단 학살된 사건이다. 양산지역의 경우 2005년 설립된 제1기 진실화해위에서 97명, 2020년 12월 가동된 제2기 진실화해위에서 19명이 피해자로 인정돼 유족 측이 위자료 등 피해보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