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출신 박성용·이계정 씨 부부
- 소멸위기 의령행, 다둥이네 화제
- 악기 하나씩 맡고 각종 무대 올라
- 박 씨 “다운증후군 막내 치료 등
- 힘 부쳐도 ‘사랑해’ 한마디 힘나”
경남 의령군 의령읍 한 건물 2층의 어느 입시전문학원 내 교실. 모든 책걸상을 맨 뒤로 밀어 만든 공간에서 기타를 멘 박성용(50) 씨의 한마디에 그들을 쏙 빼닮은 10남매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부경대 1학년 휴학 중인 첫째 예서(여·20) 씨가 플루트를 들고, 김해외고 2학년 셋째 예훈(17) 군이 건반 앞에서 동요 메들리 연주를 시작한다. 이어 넷째 예한(15·의령중3) 군과 여섯째 예명(12·용덕초6) 군이 이에 뒤질세라 베이스 기타와 드럼으로 박자를 맞춘다. 여기에다 다섯째 예권(13·의령중1) 군의 전자 기타가 가세해 사운드를 더 다채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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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의령군의 박성용·이계정 부부와 슬하의 자녀 10명이 각자의 악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면서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10남매 가족 밴드”라고 소개하고 있다. 가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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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은 목청이 큰 배우자 이계정(48) 씨와 일곱째 예령(10·용덕초4) 양·여덟째 예후(5) 양의 몫이다. 그 앞에서 뽀로로 기타를 멘 아홉째 예율(3) 군이 제 멋대로 연주를 선보이자 모친 이 씨의 품에 안긴 막내 예빛(17개월) 군이 이런 상황이 신기한 듯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노래하는 둘째 예아(18·의령여고 3학년) 양은 아쉽게도 입시 준비로 연습에 참석하지 못했다. 곡이 끝나자 아버지 박 씨는 “보다시피 ‘잭슨 5’보다 숫자가 두 배나 많은 세계 유일무이한 10남매 가족 밴드”라며 “소싯적 꿈이었으나 잠시 접었던 밴드 활동을 가족을 통해 이뤄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7년 밴드를 결성한 뒤 꾸준히 연습했기에 10곡 이상을 연주할 수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인구 2만5168명으로 소멸 위기를 겪는 의령에서 ‘다둥이 밴드’로 이름이 꽤 알리진 터라 곳곳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온다. 서울 토박이인 박 씨 내외는 셋째를 임신했을 무렵인 2007년 9월 의령행을 선택했다고 한다.
박 씨는 “셋째까지 갖게 되자 좀 더 육아에 적합한 환경이 필요했고, 먼저 내려온 처가 식구가 있는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늘이 준 소중한 생명을 거부하지 않겠다는 신념과 식구가 늘수록 더 커지는 행복 덕분에 박 씨 가족은 어느새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고향인 의령에서도 남부럽지 않은 ‘자식 부자’가 됐다. 박 씨는 의령읍에서 본인의 이름을 붙인 입시학원을 운영 중이다.
박 씨는 “대가족이다 보니 식비만 300만 원 가까이 나가고, 교육비도 만만찮다. 막내가 선천성 심장병과 다운증후군까지 앓고 있는 터라 일주일에 두 차례 양산으로 원정 진료를 가야 한다”며 “사실 이런 상황이 힘에 부치지만, 잠들기 전 ‘사랑해’를 외치는 아이들의 한마디에 세상은 천국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출산 전도사로 자처하는 박 씨는 정부 정책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또 출산 장려 정책이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부부보다 의지가 있으나 여건이 어려워 포기한 이들에게 집중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자문 위원으로 활동 중인 그는 진주 경남도인재개발원, 충북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등의 요청으로 강단에 선 경험도 여러 차례 있다.
박 씨는 “정부가 지난 18년간 저출산 대응에 320조 원을 쏟아부었다는데 아이 키우는 입장에선 전혀 와닿지가 않는다. 단적인 지표로 OECD 국가와 비교해 현금성 지원 자체가 절반이 되지 않는다”며 “육아휴직 제도 확대도 자영업자는 그 혜택을 누릴 수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