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구 최근 사고 여파 민원 증가
- 방치된 집 많은 동구 등도 우려
- 무너질까봐 지인집 피신 가기도
- 소유주 문제로 공폐가 철거 난항
- 서구의회, 빈집정비 조례안 추진
부산 서구의 재개발 정비구역 내 빈집이 무너져 주민이 대피하는 사고(국제신문 지난 10월 29일 자 10면 보도)가 발생한 가운데 원도심권 곳곳에 곧 무너질 것 같은 빈집이 방치돼 주민 안전을 위협한다. 빈집 정비의 가장 큰 걸림돌인 ‘소유주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위험천만한 빈집은 계속해서 방치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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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구 초량동에 방치돼 있는 빈집에 31일 접근을 금지하는 안전선이 설치돼 있다.
조성우 기자 |
31일 오후 동구 초량동 산복도로 일대. 다닥다닥 붙은 채 늘어선 주택 사이로 잡초와 덩굴이 무성하다. 이곳 일대 대부분이 빈집으로, 사람이 사는 흔적을 좀체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특히 산복도로 경사지가 심각해 사면이 절벽처럼 깎아지른 곳도 더러 있어 더욱 위험해 보였다. 또 주택이 포진한 지대가 바로 옆 도로보다 낮아 계단을 이용하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었다. 동네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는 초량동 주민 이모(여·70대) 씨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면서 위쪽 지대 집들은 대부분 빈 상태”라며 “특히 도로보다 주택이 더 낮은 곳에 있어 비만 오면 침수 위험이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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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구 초량동 빈집 일대. 잡초아 덩굴이 집을 감싸고 내부는 텅 비어있는 빈집이 곳곳에 포진해 사람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조성우 기자 |
고지대 주민에게 주변에 방치된 빈집은 생존을 위협하는 건축물이다. 지난 23일 빈집 붕괴 사고가 난 서구 아미동 한 재개발 지역 주민(70대)은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진척도 없고, 그러다보니 빈집이 무너져도 바로 대처도 못한다.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안전이 중요한 것 아니냐. 사람이 죽어야 대책을 내놓을 건가”라고 성토했다. 사고가 난 동네 출신인 차모(60대) 씨는 “누나의 바로 옆집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는데 생각보다 현장 상황이 심각해 염려가 매우 크다”며 “바로 아랫집 사람은 한 차례 더 붕괴 사고가 일어날까 두려워 지인 집으로 피신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빈집 정비에서 항상 지적되는 소유주의 동의가 이번에도 관건이다. 구 관계자는 “재개발 조합은 지난해 설립해 아직 ‘이주·철거단계’에 들어가진 않았다. 엄연히 주인이 있는 곳을 지자체가 함부로 철거할 순 없다”며 “붕괴 빈집은 소유주와 철거 업체가 현재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동구 빈집 업무 담당자는 “초량동 산복도로 등 일대 빈집 민원이 빗발치지만 해결하는 건 10건 중 1건도 힘들다”며 “거주자가 사망하면 소유권을 가진 자녀들에게 모두 연락해 동의받아야 조처할 수 있어 기초단체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장기 방치된 빈집이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정주환경을 저해한다면 소유주의 동의가 없더라도 지자체가 철거한 뒤 소유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절실하다는 결론이 또다시 확인된 것이다. 서구의회 강경미 의원은 “국제신문 77주년 빈집 팬데믹 보도와 최근 사고를 보고 이 같은 법적 근거를 담을 조례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구가 철거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만들어 소유주에게 책임을 묻고 구는 신속하게 빈집을 정비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