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경자청)이 골프장만 들어선 채 장기 표류 중인 진해 웅동1지구 개발 사업(국제신문 7일 온라인 등 보도)을 다시 추진한다. 창원시를 상대로 한 사업시행자 지위 박탈 처분이 적법하다는 1심 선고가 내려진 데 따른 조처로, 조만간 시를 대체할 기관 선정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다만 수천억 원대의 확정투자비 문제 등 과제가 산적했을뿐더러 시가 항소할 가능성도 작지 않아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골프장만 조성한 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경남 진해 웅동1지구. 국제신문 DB

경자청은 12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어 조속한 사업 재개를 위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앞서 경자청은 지난해 3월 사업 공동시행자인 창원시와 경남개발공사를 상대로 사업시행자 지위 취소를 통보했다. 사업 기간 내 개발 미완료, 개발계획 미이행 등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경남개발공사는 취소 처분을 모두 수용했으나 시는 이에 불복해 지난해 5월 단독으로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와 시는 각각 지분 64%, 36%를 소유 중이다.

양측은 민간사업자인 ㈜진해오션리조트가 소송 보조로 참가한 가운데 1년 6개월간 법정 공방을 벌였고, 재판부는 지난 7일 경자청 승소 취지의 선고를 했다.

재판부는 공동사업시행자 중 하나인 시가 단독으로 소송을 제기한 게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또 사업 지연에 대한 시의 귀책사유가 분명하고 사업 장기 표류를 해결하는데 이전 구조로는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도 봤다.

시는 공판 과정에서 전체 공정 관리를 맡은 개발공사와 민원 관리를 담당한 시가 사업 지체에 따른 책임을 똑같이 질 수 없으며, 귀책 사유를 분리해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자청은 이번 선고로 사업 정상화 명분을 얻었다고 판단, 후속 행정 절차를 밟기로 했다. 먼저 내년 1월까지 3개월간 대체 사업시행자 공모를 추진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이후 협상대상자와 세부 내용을 협의해 시행자 지정을 확정, 사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시가 항소에 나설 경우 소송 기간만큼 사업이 또다시 지체된다.

시 입장에서는 골프장 영업 수익으로 인해 2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확정투자비가 2038년까지 0원으로 점차 줄어드는 구조라 시간이 지연돼도 이 부분에서는 부담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시가 항소심에서도 패소할 경우 사업 정상화 지체에 따른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져 1심에서 재판을 멈출 여지도 있다.

시 관계자는 “시는 판결서가 송달된 날로부터 2주 내인 오는 22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판결문 분석을 거쳐 내부 방향을 정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가 항소를 포기하더라도 민간사업자가 그간 쓴 2000억 원 안팎의 확정 투자비를 시와 공사가 물어야 하는데 이 비율을 두고도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와 함께 웅동1지구 개발로 생계를 잃은 어민에게 넘긴 일부 부지를 개발하는 문제, 경자청의 운영권 정지 처분에 맞서 민간사업자와 법정 공방을 다투는 골프장 처리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제홍 경자청 개발본부장은 “법과 규정에 따라 원칙을 정하고 대책을 차례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업은 진해구 수도동 일원에 225만㎡의 규모로 골프장, 숙박시설, 휴양문화시설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2009년 12월 시와 개발공사는 민간사업자와 협약을 체결하고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 조성된 시설은 36홀 골프장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