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뭐라노] 수험생·학부모에게 ‘게으를 권리’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3일 금정구 동래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확인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딱 하루 앞둔 13일 아침. 딸은 어깨에 멘 책가방에 더해 바퀴 달린 여행용 가방을 끌고 종아리가 땅길 만한 오르막길을 걸어 학교로 갔습니다. 매일 바라보는 뒷모습이지만 유독 짠했습니다. 그 큰 여행용 가방은 딸이 고등학교 3년간 보던 교과서 참고서 문제집으로 가득 채워져 다시 집으로 돌아오겠죠. 교실과 자습실에 둔 물품을 수능 전날까지 모두 치워야 한다네요.

짐을 정리하며 온갖 생각을 했을 듯합니다. 파릇파릇한 청소년기, 수많은 수험생이 새벽잠을 설치며 한 자라도 더 눈에 넣으려고 얼마나 애썼을까요. 글자와 숫자, 온갖 공식이 빽빽이 들어찬 교과서 문제집 등은 이들에게 엄청난 삶의 무게였을 겁니다. 공부를 잘하든 그렇지 않든 그 무게에 차이가 있겠습니까. 시험 날이 다가올수록 긴장과 떨림이 잦아지고 두려움은 더 커졌겠죠. 단 하루, 단 한 차례 시험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심정은 오죽할까요.

14일 전국 시험장에서 52만2670명의 수험생이 수능을 치릅니다. 선택 과목도 다양하고 주의 사항도 참 많습니다. 다들 실수 없기를 기도합니다. 모든 수험생이 만족할 만한 점수를 얻지는 못할 겁니다. 상대평가가 숙명인 시험에서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차마 시험 잘 치르라는 말은 못 하겠습니다. 그저 마음 다치지 말고, 씩씩하게 시험장으로 들어가서 당당하게 나오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정말 고생했습니다.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이 뉴스레터를 독자들이 열어볼 때쯤이면 수능 시험이 한창 진행되고 있겠죠. ‘글을 쓰면서 읽은 책을 들이대는 것은 게으르고 졸렬한 수작’이라지만, 게으름도 필요할 때가 있으니 책 제목 하나 들먹이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바로 마르크스의 사위이자 프랑스 사회주의 운동가 폴 라파르그가 지은 ‘게으를 권리’입니다. 제목에서 짐작하듯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 착취, 노동을 신성화하는 흐름을 비판하고 거부하는 내용입니다.

아직은 어린 수험생에게 거의 유일한 노동은 내신과 수능을 위한 공부가 아니었을까요. 수험생을 둔 학부모 역시 돈 버는 것보다 더 고된 노동이 자녀를 돌보는 일 아니었을까요. 날마다 마음 졸이고 아파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니 수능이 끝나고 나면 다만 며칠이라도 ‘노동’을 접고 게을러지기를 권합니다. 또다시 논술 시험을 준비해야 할 수험생도 있겠지만, 짧은 며칠이라도 게을러지면 좋겠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그리고 학부모님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9. 9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5. 5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6. 6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7. 7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8. 8정동영 “DMZ 지뢰 사고, 불행한 일…평화공존 더 절실해져”
  9. 9전국 교정시설 수용률 126%…윤상현 “형사사법개편 앞두고 교도소 과밀 방치”
  10. 10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4. 4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5. 5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6. 6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7. 7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8. 8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7. 7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8. 8“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검찰 기존 사건 90일 간 수사 가능…대규모 사건이관에 현장혼선 우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6. 6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7. 7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8. 8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우리은행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교통취약지 ‘버스형 콜택시’ 도입, 울주 전역 도시가스 공급도 추진”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