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입양되고도 모국 아동에게 20년 넘게 후원해 온 린디 순 커리(Lindy Soon Curry, 이정순·71) 씨가 명예경남도민으로 선정됐다.

52번째 명예 경남도민으로 선정된 린디 순 커리(Lindy Soon Curry, 이정순·71) 씨. 경남도 제공

경남도는 미국 콜로라도 한인 식당에서 이영아 경남도 LA 사무소장이 박완수 도지사를 대신해 린디 씨에게 52번째 명예도민증을 전달했다고 18일 밝혔다.

도에 따르면 미군은 6.25전쟁 때 홀로 남겨진 린디 씨를 발견해 지역 보육원인 ‘진해 희망의 집’으로 보냈다.

그는 태어난 해인 1953년부터 1956년까지 3년간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 뒤 이듬해 3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성인이 돼 하프 연주가로 활동 중인 린디 씨는 데이비드 커리(David Curry) 씨와 결혼해 가정을 이뤘고, 1995년 서울 동부사회복지관에서 한국 아기를 입양했다.

2000년 10월 가족과 함께 ‘진해 희망의 집’을 찾은 린디 씨는 아이들을 돕기로 결심, 같은 해 미국에서 비영리민간단체 브리지 오브 호프(Bridge of Hope)를 설립했다.

건강상 이유로 회장직에서 물러난 2018년까지 분기별로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선물과 후원금을 보내는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이 기간 기부한 금액만 3억여 원에 이르며, 정서적 성장을 돕고자 피아노, 첼로 등의 악기도 지원했다.

이와 함께 매년 2~3명의 입양아동을 미국에 초청해 한국입양아대회(Korea Heritage Camp)에 참가, 미국 문화를 체험·교류하는 경험을 쌓도록 도왔다.

2020년부터는 1년에 두 번씩 총 2000만 원 정도를 ‘진해 희망의 집’에 개인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여기다 린디 씨는 현지에서 우리나라 전래동화를 전파하는 활동 등을 통해 한국을 알려오기도 했다.

린디 씨는 “가슴속에 묻어 둔 고국의 명예도민이 돼 감격스럽고, 잊지 않고 기억해 줘 더없는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신종우 도 복지여성국장은 “국경을 넘어 모국을 향한 따뜻한 손길을 보여준 린디 씨의 헌신은 지역 사회에 큰 감동을 줬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 명예도민증 수여 조례는 도정 발전에 기여하거나 지역개발, 사회봉사에 헌신한 내외국인에게 명예도민증을 수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지난달에는 진해구에 있는 미 해군 부대장으로 근무하며 지역 사회복지시설 등지에서 봉사활동을 벌려온 제임스 A. 디파스쿠알레 중령이 51번째 주인공이다.